⑭ 관계론적 해석의 철학적 뿌리: 나가르주나
이 글은 카를로 로벨리의 관계적 양자역학이 어떤 철학적 배경에서 형성되었는지를 마흐–하이젠베르크–보어–나가르주나의 사상적 흐름을 따라 살펴본다.
마흐의 “관찰 가능한 것에 기초하라”는 태도는 하이젠베르크가 전자의 고정된 궤도를 버리고 관측 가능한 상호작용만으로 양자역학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철학적 배경이 되었으며, 이는 양자의 맥락성(contextuality)으로 이어진다.
로벨리의 관계적 해석에서 물리적 대상은 독립적으로 완성된 실체가 아니라 다른 대상과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속성을 드러내며, 세계는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 관계와 사건들의 네트워크로 이해된다.
이러한 관점은 나가르주나의 공(空, Śūnyatā) 사상과 공명한다. 나가르주나는 어떤 것도 독립된 본질을 가지고 스스로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다른 것에 의존하고 관계 속에서만 성립한다고 보았다.
결국 로벨리는 양자역학과 나가르주나의 사유를 통해 세계의 근본을 궁극적 실체에서 찾기보다 상호의존성·관계성·우연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관계적 세계관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