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런의 전기·화학적 신호에서 시작되는 사유의 씨앗

요약

이 글은 에릭 캔델을 비롯해 로버트 새폴스키, 강봉균 등 몇몇 신경과학자들의 저서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글은 두 편으로 구성되며, 이 글은 그 첫 번째다.

첫 번째 글에서는 세포에서 출발해 뉴런의 구조와 정보 전달 원리를 살펴본다. 특히 활동전위가 나트륨과 칼륨 이온의 이동으로 만들어져 축삭을 따라 전달되고, 시냅스전 말단에서는 칼슘 이온의 작용으로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신경전달물질은 다음 뉴런의 수상돌기 가시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하여 다시 전기적 변화를 일으킨다. 즉 뉴런 사이의 정보는 전기신호 → 화학신호 → 전기신호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수상돌기 가시는 신호를 받아들이고 시냅스의 세기를 조절하며, 학습과 경험에 따라 구조가 변하는 중요한 장소다.

이 글을 통해 뉴런들이 주고받는 전기적·화학적 신호가 우리의 감각과 행동, 기억이 생겨나는 생물학적 토대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보여준다.



우리 몸은 세포로 이루어졌다. 식물과 동물 모두 똑같다. 이것은 생물학자들이 밝혀낸 사실이다.

세포의 구별

모든 세포는 공통의 생물학적 특징이 있다. 각각의 세포는 그것을 다른 세포들로부터, 그리고 모든 세포가 담겨 있는 세포외액으로부터 구분하는 미끄러운 막으로 싸여 있다. 세포막은 특정 물질들을 투과시키고, 이를 통해 세포 내부와 세포 주변 유체 사이에서 영양물질과 기체들이 들락거릴 수 있게 한다. 세포 내부에는 핵이 있다. 핵은 그 자체의 막을 가지며 세포질(cytoplasm)이라는 세포내액으로 둘러싸여 있다. 핵 속에는 DNA로 된 길고 가는 구조물인 염색체들이 있으며, DNA에는 마치 줄에 구슬이 꿰어져 있는 것처럼 유전자들이 있다. 유전자는 세포의 증식 능력을 통제할 뿐 아니라 세포의 활동을 위해 필요한 단백질의 생산을 세포에게 명령한다. 모든 세포들이 공유한 특징을 놓고 보면, 세포는 생명의 기본 단위, 즉 모든 동물과 식물이 가진 모든 조직과 장기의 구조적 기능적 토대다.

다세포 유기체를 이루는 모든 세포는 이러한 공통의 생물학적 특징을 공유하면서도, 세포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특수한 기능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간세포는 영양소의 대사와 해독 등에 관여하며, 신경세포는 우리 뇌에 있으며 외부와 내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받아서 종합한 뒤 다른 세포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거나 여러 생리 기능을 조절한다.

비유하자면, 심장이나 간과 같은 각 기관은 여러 종류의 세포가 일정한 목적을 위해 협력하는 하나의 합주에 가깝다면, 뇌의 신경세포는 서로 다른 기능을 지닌 수많은 세포들과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만들어 내는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지는 교향곡”​에 비유할 수 있다.

이 글을 이러한 신경세포에 관한 내용이며, 에릭 캔델과 그의 제자 강봉균, 그리고 로버트 M. 새폴스키 등의 저서를 참조하여 작성하였다.

스페인의 신경해부학자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Santiago Ramo’n y Cajal)은 이러한 신경세포를 ‘뉴런(neuron)​‘으로 명명했다.

뉴런의 4가지 원리

카할은 뉴런이 주요한 4가지 해부학적인 특징을 공통으로 지닌다는 것을 알아냈다. 세포체(cell body), 수상돌기(dendrites), 축삭(axon), 시냅스전 말단(presynaptic terminal)이 그것이다. 세포체는 세포핵과 세포질의 대부분이 들어 있다. 세포체에서 여러 개 가느다란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온 것들을 수상돌기라고 한다. 축삭은 세포체에서 굵게 뻗어 나온 가지 하나를 가리키는데 길이가 1미터에 달하는 것도 있다. 축삭의 끝은 시냅스전 말단이라고 한다.

카할은 이러한 관찰 결과를 종합하여 뉴런주의를 구성하는 4가지 원리를 정식화했다. 이 통찰은 “1900년부터 지금까지 확고한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래에서 설명하는 4가지 원리는 『기억을 찾아서』(에릭 캔델, 전대호 옮김, RHK, 2020, 86~88쪽)을 참조한 것이다.

첫 번째, 뉴런은 뇌의 기초적인 구성 단위이자 기본적인 신호 전달 단위다. 이 신호 전달 과정에서 뉴런은 수상돌기를 이용하여 다른 신경세포들로부터 신호를 수용하고 축삭을 이용하여 다른 세포들로 정보를 전달한다.

두 번째, 뉴런과 뉴런은 특수한 접합부를 통해 서로 소통한다. 카할은 한 뉴런의 축삭 끝인 시냅스전 말단이 다른 뉴런의 수상돌기로 뻗어 가지만 “그것들에 닿지 않는다”고 추론했다. 이 접합부는 훗날 영국의 생리학자 찰스 셰링턴(Charles Scott Sherrington)에 의해 시냅스(synapse)라고 명명되었다. ‘synapse’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함께 연결하다’를 뜻하는 synaptein에서 유래했다.

두 뉴런이 만나는 시냅스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신호를 보내는 축삭의 시냅스전 말단(presynaptic terminal), 두 세포 사이의 좁은 공간인 시냅스 간극(synaptic cleft), 그리고 신호를 받아들이는 다음 뉴런의 시냅스후 부위(postsynaptic site)가 그것이다. 이를 비유하면 시냅스전 말단은 속삭이는 입술, 시냅스후 부위는 그 소리를 듣는 귀, 시냅스 간극은 입술과 귀 사이의 아주 좁은 공간과 같다.


한 뉴런의 축삭 끝인 시냅스전 말단은 다른 뉴런의 수상돌기나 세포체와 접합하여 정보를 전달한다. 이처럼 뉴런과 뉴런이 만나는 접합부를 ‘시냅스(synapse)’라고 하며, 그 사이의 좁은 틈을 ‘시냅스 간극(synaptic cleft)’이라고 한다. ‘시냅스’라는 용어는 영국의 생리학자 찰스 셰링턴(Charles Scott Sherrington)이 명명했다. (이미지 출처: 동심헌)


세 번째, 연결 특이성(connection specificity)이다. 뉴런들은 무차별적인 연결을 형성하지 않는다. 각 뉴런은 특정한 표적 뉴런들과 선택적으로 의사소통한다. 그 결과 일정한 신경 회로가 형성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뉴런들은 지각과 행동, 생각이라는 복잡한 기능의 기초를 이루는 정교한 회로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피부의 감각뉴런은 외부 자극을 받아 특정 중간뉴런에 정보를 전달하고, 중간뉴런은 다시 특정 운동뉴런과 연결된다. 운동뉴런은 그 신호를 근육세포와 같은 작용세포로 보내 움직임을 일으킨다. 이처럼 뉴런들은 아무 뉴런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표적과 선택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기능적 신경 회로를 형성한다.

네 번째, 신호에는 기본적인 흐름의 방향이 있다. 이것이 동적 분극(dynamic polarization)의 원리다. 카할은 뉴런을 통과하는 정보가 대체로 일정한 방향으로 흐른다고 보았다.

수상돌기 → 세포체 → 축삭 → 시냅스전 말단 → 시냅스 → 다음 뉴런의 수상돌기

즉, 정보는 한 뉴런의 수상돌기에서 받아들여져 세포체로 모이고, 다시 축삭을 따라 시냅스전 말단으로 전달된다. 이어 신호는 시냅스를 통해 다음 뉴런의 시냅스후 부위로 전달된다. 연결 특이성이 ‘어떤 뉴런과 어떤 뉴런이 연결되는가’를 설명한다면, 동적 분극은 ‘그 연결을 따라 정보가 어느 방향으로 흐르는가’를 설명한다.

뇌가 제 기능을 하려면 뉴런끼리 서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그러면 그 의사소통 수단은 무엇인가? 그것은 전기신호다.

전기신호는 뇌의 구성 단위인 뉴런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소통하는 수단이다.

앞서 말한 ‘정보의 흐름’, 즉 수상돌기에서 축삭 말단(시냅스전 말단)까지 실제로 이동하는 것은 바로 전기적 흥분의 파동(물결)이다.

전기신호는 세포막을 경계로 형성되어 있는 전위가 변화할 때 발생한다.

수상돌기와 세포체로 들어온 전기적 신호들이 합쳐지고, 그 변화가 일정한 문턱값(역치threshold)을 넘으면 축삭의 시작 부위에서 전기적 흥분의 파동이 발생한다. 이 파동은 축삭을 따라 시냅스전 말단까지 전달된다.

이 전기적 신호는 금속 도선을 따라 전달되는 전기신호보다 훨씬 느리다. 그러나 축삭을 따라 전파되는 신호는 거리가 멀어진다고 점점 약해지는 수동적인 전기신호가 아니다. 축삭막을 따라 계속 새롭게 재생되기 때문에 신호의 크기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목적지까지 전달된다. 캔델이 소개한 헬름홀츠의 측정에 따르면 그 속도는 당시 최대 약 초속 27m에 이르렀다. 따라서 발가락에서 발생한 신경 신호도 축삭을 따라 이동하면서 “신호가 약화되지 않고 척수까지 도달”할 수 있다.

뉴런의 언어, 활동전위

이렇게 축삭을 따라 스스로 재생되며 전파되는 전기적 신호를 활동전위(action potential)라고 한다. 이 신호가 신경 의사소통의 기본단위다. 활동전위가 바로 뉴런의 언어다.

에릭 캔델은 『기억을 찾아서』,(전대호 옮김, RHK, 2021, 98쪽)에서 활동전위 성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에드거 에이드리언(Edgar Adrian)은 단일 신경섬유에서 활동전위를 기록하여, 활동전위가 일단 문턱값을 넘어서 발생하면 그 크기와 모양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or-none)’의 성질을 지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활동전위는 모양과 진폭이 거의 같고, 자극이 커져도 신호가 더 작아지거나 커지지 않고 항상 거의 동일하다.

활동전위에 의해 산출된 전류는 축삭에 인접한 구역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하고, 따라서 활동전위는 감소하지 않고 축삭을 따라 최고 초속 27m로 전파된다.

자극이 강하다고 해서 하나하나의 활동전위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니다. 일단 문턱값을 넘어 발생한 활동전위의 크기는 거의 일정하다. 대신 자극의 강도는 일정한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활동전위가 발생하는가, 즉 활동전위의 발생 빈도에 의해 표현된다.

팔을 쓰다듬는 것과 같은 부드러운 자극은 초당 두세 개의 활동전위만 유발할 수 있지만, 꼬집거나 팔꿈치를 부딪치는 것과 같은 강한 자극은 초당 100개에 이르는 활동전위를 유발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감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는 신경세포가 활동전위를 발생시키는 시간과 관련된다.

즉, 약한 자극 → 낮은 발화 빈도, 강한 자극 → 높은 발화 빈도, 라는 방식으로 자극의 세기가 신경계에 부호화된다.

에이드리언의 관찰은 아래와 같이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보여주었다.

고통, 빛, 소리처럼 서로 전혀 다른 감각을 전달할 때에도 뉴런에서 발생하는 활동전위 자체는 “서로 거의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뇌는 어떻게 빛과 소리, 접촉과 통증을 구별할 수 있을까?

그 차이는 활동전위 자체가 아니라 “해부학에 의해 생겨난다.” 다시 말해 활동전위가 어떤 종류의 감각뉴런에서 발생했으며, 그 신경섬유가 뇌의 어느 영역과 연결되어 있는가가 그 정보의 성격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눈의 광수용기에서 시작된 신호는 시각 신경 경로를 따라 시각을 처리하는 뇌 영역으로 전달되고, 귀에서 시작된 신호는 청각 경로를 따라 청각을 처리하는 영역으로 전달된다. 피부의 통각수용기에서 발생한 신호 역시 통증을 처리하는 신경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

따라서 활동전위는 기본적으로 비슷한 전기적 신호이지만, 그 신호가 흐르는 ‘길’이 다르기 때문에 뇌는 서로 다른 감각으로 해석한다.

이 원리는 카할의 연결 특이성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각 유형의 감각은 특정한 신경 경로를 따라 전달되며, 한 뉴런이 전달하는 정보의 성격은 그 뉴런이 어느 신경 회로에 속하고 어디와 연결되어 있는가에 크게 의존한다.

에이드리언은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모든 임펄스(impulse)는 빛, 접촉, 고통의 감각과 상관없이 매우 유사하다. 임펄스들이 밀집해 있으면 감각은 강렬하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으면 감각은 그만큼 약하다.”

전기신호 메커니즘

그렇다면 축삭을 따라 초당 27m의 속도로 전파되는 전기신호는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켜지고 꺼질까? 이것은 전부 아니면 전무인 임펄스들을 산출하는 메커니즘은 무엇이고, 활동전위가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한 전하를 무엇이 운반할까?라는 질문이다.

동식물을 망라하고 대부분의 세포들은 세포 안팎으로 100mV 미만의 전압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막전위(membrane potential)라고 한다. 외부에서 자극이 가해지고 수상돌기의 여러 부위에 도착한 신호들이 만들어낸 막 전위의 변화가 뉴런의 중심에 해당하는 세포체에 합쳐졌을 때 어떤 문턱값(역치)을 넘게 되면 세포막의 전압이 일시적으로 음전하에서 양전하로 변하는데, 이것이 바로 앞서 말한 활동전위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전기생리학자 율리우스 베른슈타인(Julius Bernstein)은 신경세포의 전기적 성질을 설명하기 위해 막 가설(membrane hypothesis)을 제시했다.

뉴런은 아무런 신호를 전달하지 않는 안정 상태에서도 세포막을 사이에 두고 전위차를 유지한다. 이를 안정막전위(resting membrane potential)라고 한다. 안정 상태에서 막 양편의 전위차는 약 70 mV이다. 세포 내부가 세포 외부보다 상대적으로 음전하를 띤다. 그렇다면 전위차가 생기는 것은 무엇인가?

몸속의 모든 세포는 세포외액에 담겨 있지만 전류를 운반할 자유전자는 없다. 세포외액은 짜다. 따라서 양전하를 띤 나트륨과 음전하를 띤 염소 이온을 높은 농도로 포함한다. 반면에 세포질은 음전하를 띤 단백질과 양전하를 띤 칼륨 이온을 높은 농도로 포함한다. 이온은 원자나 분자가 전자를 잃거나 얻어 전하를 띠게 된 것이다. 나트륨 이온과 칼륨 이온은 양전하를 띠는 양이온이고, 염소 이온은 음전하를 띠는 음이온이다.

전하가 세포막을 통과하려면 막이 세포외액과 세포질 사이에서 특정 이온을 통과시켜야 한다. 베른슈타인의 막 가설에 따르면 세포막은 칼륨 이온을 제외한 모든 이온들의 통과를 막는다. 이온 통로(ion channel)를 통해 양전하를 띤 칼륨 이온은 세포질에서 세포외액으로 이동한다. 이때 세포외액으로 나간 칼륨 이온은 세포질의 전하 총량이 음이기 때문에 다시 세포질 쪽으로 끌린다.

따라서 세포막의 세포외액 쪽 표면에는 세포질에서 빠져나온 칼륨 이온의 양전하가 모이고, 세포질 쪽 표면에는 음전하가 상대적으로 축적된다. 이러한 전기적 균형에 의해 약 −70 mV의 안정막전위가 형성된다.

막 전위 상태에서 뉴런이 충분히 자극되면 활동전위가 발생한다. 활동전위가 만들어질 때 세포막의 선택적인 투과성이 아주 잠깐 동안 깨져서 모든 이온들이 자유롭게 막을 통과하면 안정막전위의 전압은 0이 된다. 따라서 활동전위의 세기는 70mV가 되어야 한다.

이처럼 안정막전위와 활동전위는 복잡한 생화학적 반응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단지 이온 농도의 차이에 저장된 에너지를 활용할 뿐이다. 즉, 안정막전위는 약 -70mV이며 칼륨 이온이 이온 통로를 통과하는 것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후 에이드리언의 제자 앨런 호지킨(Alan Hodgkin)과 호지킨의 제자 앤드루 헉슬리(Andrew Huxley)는 이온 가설(ionic hypothesis)을 제시하며 활동전위의 실제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세포막이 충분히 자극되면 세포외액에 높은 농도로 존재하던 나트륨 이온이 약 1/1,000초 동안 세포질로 급격하게 들어온다. 그 결과 막전위는 약 −70 mV에서 +40 mV까지 상승한다. 즉 막전위의 전체 변화폭은 약 110 mV에 이른다. 이것이 활동전위의 상승 단계, 즉 탈분극(depolarization)이다.

그러나 나트륨 유입의 증가 이후에는 거의 즉각적으로 칼륨 유출의 극적인 증가가 일어나 활동전위의 하강과 막전위의 초기값으로 회귀가 일어난다. 이것이 재분극(repolarization)이다.

호지킨과 헉슬리는 이 과정에서 나트륨과 칼륨에 대한 세포막의 투과성이 막전압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오늘날 이러한 통로를 ‘전압 감응성 통로(voltage-gated ion channel)’라고 부른다.

나트륨 이온 통로 열림 → 나트륨 이온이 세포외액에서 세포질로 이동 → 탈분극
칼륨 이온 통로 열림 → 칼륨 이온이 세포질에서 세포외액으로 이동 → 재분극


정리하면, 일단 축삭기시부에서 활동전위가 발생하면, 그 지점의 전압 감응성 나트륨 통로가 열리고 나트륨 이온이 축삭 내부로 유입되면서 막 안쪽의 전위가 양의 방향으로 변한다. 이때 생긴 국소 전류가 축삭 내부를 따라 진행 방향 앞쪽의 아직 흥분하지 않은 축삭막 구간으로 퍼져 그 막을 탈분극시킨다. 그러면 그 구간의 막전위가 올라가고, 역치에 도달하면 그곳의 전압 감응성 나트륨 통로가 열리면서 새로운 활동전위가 발생한다. 다시 그 활동전위가 다음 구역을 자극한다.

즉, 축삭의 A 구간에서 활동전위 발생 → 국소 전류가 바로 앞 B 구간으로 퍼짐 → B 구간의 막전위가 역치에 도달 → B 구간에서 새로운 활동전위 발생 → 다시 C 구간으로 전달

이러한 연쇄반응을 통해 활동전위는 처음 발생한 지점에서 축삭의 시냅스전 말단까지 크기가 약해지지 않은 채 전파된다. 다시 말해, 활동전위는 어떤 물질 하나가 축삭 끝까지 이동하는 현상이 아니라, 막전위의 변화가 축삭의 각 구간에서 연쇄적으로 재생성되는 현상이다. 시각, 운동, 사고 혹은 기억과 관련된 신호도 이러한 방식으로 뉴런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된다.


후속 연구를 통해 이러한 이온 통로가 실제로 세포막을 가로질러 자리 잡은 단백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단백질에는 이온이 통과할 수 있는 물로 채워진 좁은 통로인 이온 구멍(ion pore)이 있으며, 각각의 이온 통로는 특정 이온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킨다. 이온 통로는 뉴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세포에 존재하며, 세포의 막전위와 전기적 활동을 만들어 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이온 통로를 통한 이온의 움직임은 뉴런의 기능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이온 통로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이온의 흐름이 달라지고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이온 통로의 결함은 근육과 뇌의 다양한 신경학적 장애와 관련되어 있다.


뉴런과 뉴런 사이의 대화

지금까지 하나의 뉴런이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 즉 하나의 뉴런 안에서 전기신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축삭을 따라 시냅스전 말단까지 전달되는가를 살펴봤다.

그렇다면 수상돌기에서 받아들여져 세포체를 거쳐 축삭을 따라 이동한 정보는, 시냅스전 말단에 도달한 뒤 어떻게 다음 뉴런으로 전달될까?

앞서 살펴본 카할의 뉴런주의 4가지 원리에 따르면, 뉴런들은 서로 직접 이어져 있지 않으며 특정한 접합부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축삭의 끝인 시냅스전 말단에 도달한 전기신호는 뉴런과 뉴런이 만나는 연결 부위인 시냅스(synapse)를 통해 다음 뉴런으로 전달된다.

뉴런과 뉴런 사이에는 아주 좁은 시냅스 간극(synaptic cleft)이 존재한다. 입술에 비유할 수 있는 시냅스전 말단은 다음 뉴런의 수상돌기, 즉 귀에 해당하는 시냅스후 부위를 향해 속삭이듯 뻗어 가지만, “그것들에 닿지 않는다.” 두 뉴런은 이 미세한 틈을 사이에 두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제 문제는 전기신호가 어떻게 시냅스 간극을 건너 다음 뉴런으로 넘어가는가다. 이 과정에서 전기신호는 잠시 화학신호로 바뀌었다가 다시 전기신호로 전환된다.

수상돌기에서 축삭 말단까지 활동전위를 전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온이 나트륨과 칼륨이라면, 시냅스전 말단에서 전기신호를 화학신호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온은 칼슘이다.

활동전위가 축삭돌기를 따라 시냅스전 말단으로 전파되면, 칼슘 이온을 통과시키는 전압 감응성 통로가 열린다. 시냅스전 말단에 칼슘 이온이 유입되면, 일련의 분자적 단계를 거쳐 다음 뉴런으로 연결하는 화학적 신호인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된다. 그러니까 전기적 신호를 화학적 신호로 번역하는 과정을 시작하는 것은 활동전위에 의해 열린 전압 감응성 칼슘 통로들이다.

유입된 칼슘 이온은 신경전달물질을 담고 있는 시냅스 소포(synaptic vesicle)가 시냅스전 말단의 표면 막과 융합하면서 그 막에 구멍을 만들어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 간극으로 방출하게 만든다.

활동전위 도착 → 칼슘 통로 열림 → 칼슘 이온 유입 → 시냅스 소포 융합 → 시냅스전 말단 표면 막에 구멍 형성 → 신경전달물질 방출

따라서 칼슘은 전기신호 자체를 다음 뉴런으로 운반하는 물질이 아니라, 전기신호가 화학신호로 전환되도록 만드는 핵심 매개자라고 할 수 있다.

칼슘 이온이 시냅스전 말단으로 유입되면 시냅스 소포가 막과 융합하여 화학적 메신저를 방출하도록 촉발한다. 이 화학적 메신저는 시냅스 간극을 가로지른 후 건너편의 수상돌기 가시에 도달하여 뉴런을 자극한다. 이러한 화학적 메신저를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한다.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전 말단에서 개별 분자들로 방출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 5,000개가량의 분자들이 담긴 작은 소포로 방출”된다.

소포는 “비눗방울처럼 생겼으며, 이 안에 화학물질이 들어있는데, 이것이 바로 신경전달물질”이다.

수상돌기 가시의 막에는 신경전달물질 수용체가 자리잡고 있다. 수용체에는 신경전달물질의 모양과 완벽하게 상보적인 독특한 모양의 결합 포켓이 있다. 신경전달물질은 자물쇠에 끼우듯 수용체에 딱 들어맞는다.

시냅스전 말단에서 방출된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 간극을 건너간 뒤, 다음 뉴런의 시냅스후 부위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한다.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이온의 흐름이 달라지고 수상돌기나 세포체의 막전위가 변한다. 이를 시냅스 전위라고 한다.

여러 시냅스에서 만들어진 시냅스 전위가 세포체와 축삭에서 통합되어 일정한 역치를 넘으면, 비로소 다음 뉴런에서 새로운 활동전위가 발생한다. 따라서 뉴런 사이의 정보 전달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전기신호 → 화학신호 → 시냅스 전위 → 새로운 전기신호

우리 뇌에서 흥분성 시냅스의 가장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은 글루탐산이다. 글루탐산은 MSG, 조미료의 성분이다. 우리는 자극(시각, 미각, 촉각 등 감각 정보)을 받을 때마다 시냅스 간극으로 조미료가 흘러나오는 셈이다. 시냅스후 부위에 해당하는 수상돌기 가시에는 수용체라는 단백질이 있고, 이는 전기를 만드는 배터리에 해당한다. 그런데 전기를 만들려면 글루탐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가서 붙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기가 생성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활동전위가 시냅스전 말단에 도달하면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고, 이 화학물질이 다음 뉴런의 수용체에 결합하면 막전위의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그 변화가 충분히 커져 역치를 넘으면 새로운 활동전위가 발생한다.

한편 뇌에는 전기를 전달하는 흥분성 시냅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기 발생을 억제하는 억제성 시냅스도 있다. 거기에는 가바(gamma aminobutyric acid, GABA)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사용된다. 이 물질은 글루탐산서 카르복실기carboxyl group가 빠지면 바로 가바가 된다. 하나는 전기를 만들어내고 하나는 전기를 억제하는 것이다. 음양의 이치처럼 우리 뇌에는 이러한 억제성 시냅스와 흥분성 시냅스가 균형을 이루어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 뇌는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보면 된다.

새폴스키와 강봉균의 저서들을 종합하면 수상돌기 가시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수상돌기 가시(dendritic spine)는 대부분의 흥분성 시냅스에서 신호를 받아들이고, 그 신호의 세기를 조절하며, 학습과 기억에 따라 구조를 바꾸는 작은 돌기다. 단순한 돌출부가 아니라, 시냅스의 기능을 국소적으로 조절하는 미세한 작업 공간에 가깝다. 주요 기능은 다음과 같다.

  1. 신경전달물질을 받아들인다.
    수상돌기 가시의 막에는 글루탐산 수용체와 같은 수용체 단백질이 자리 잡고 있다. 신경전달물질이 수용체에 결합하면 이온 통로가 열리고 이온의 흐름이 달라지면서 막전위가 변한다. 이것이 시냅스 전위다.
    강봉균의 표현에 따르면 수상돌기의 표면에는 마치 “오징어 다리에 빨판들이 달려 있는 것처럼” 수많은 작은 돌기들이 돋아 있다. 이것이 수상돌기 가시다. 많은 흥분성 시냅스는 바로 이 가시의 머리 부분에 형성되며, 이곳의 수용체가 신경전달물질을 받아들인다.
  2. 전기·화학 신호를 국소적으로 처리한다.
    수상돌기 가시는 비교적 큰 머리와 가느다란 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구조는 가시 안으로 들어온 칼슘 이온과 여러 신호분자가 주변 수상돌기로 곧바로 퍼지는 것을 어느 정도 제한한다. 따라서 각각의 가시는 비교적 독립적인 시냅스 반응 단위처럼 작동할 수 있다.
    즉 하나의 가시 안에서 일어난 화학적 변화가 그 가시의 시냅스 강도를 선택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3. 시냅스의 강도를 조절한다.
    흥분성 시냅스에서는 글루탐산이 AMPA 수용체 등에 결합하면서 이온 통로가 열리고 시냅스 전위가 발생한다. 가시의 막에 AMPA 수용체가 더 많이 삽입되면 같은 양의 글루탐산이 방출되어도 더 큰 시냅스 전위가 만들어질 수 있다. 반대로 수용체가 줄어들면 그 시냅스의 전달 효율은 약해진다.
    따라서 시냅스의 강도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활동에 따라 계속 변할 수 있다.
  4. 학습과 기억의 구조적 기반이 된다.
    반복적이고 강한 시냅스 활동이 일어나면 일부 수상돌기 가시는 커지고 안정화된다. 기존 가시의 형태가 변하기도 하고 새로운 가시가 형성되기도 한다. 반대로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거나 약화된 연결의 가시는 작아지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장기강화(long-term potentiation, LTP)와 장기기억 형성의 중요한 물질적 기반 가운데 하나다.
  5. 수많은 시냅스 입력을 통합하는 출발점이 된다.
    하나의 수상돌기에는 수많은 가시가 있으며, 각각의 가시에서 발생한 시냅스 전위는 수상돌기와 세포체로 전달된다. 여러 흥분성·억제성 시냅스에서 만들어진 막전위 변화가 시간적·공간적으로 합쳐지고, 그 결과 축삭기시부의 막전위가 역치를 넘으면 새로운 활동전위가 발생한다.
    따라서 하나의 뉴런이 순간순간 무엇을 출력할 것인가는 수많은 시냅스 입력이 어떻게 통합되는가에 달려 있다.
  6. 수상돌기 가시는 많은 흥분성 시냅스의 시냅스후 부위를 이룬다.
    엄밀히 말하면 수상돌기 가시 자체가 하나의 시냅스 전체는 아니다. 시냅스는 시냅스전 말단, 시냅스 간극, 시냅스후 부위로 이루어지며, 수상돌기 가시는 그 가운데 시냅스후 부위가 자리 잡는 핵심 구조다.
    하나의 뉴런은 수천 개에서 많게는 수만 개의 시냅스 입력을 받을 수 있다. 인간의 뇌에는 약 860억 개의 뉴런이 있으며, 전체 시냅스의 수는 대략 수백조 개에서 1,000조 개 규모로 추정된다. 따라서 인간의 뇌를 이해하려면 뉴런의 수만이 아니라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방대한 시냅스망을 함께 보아야 한다.

신경전달물질은 시냅후 부위의 수용체들과 결합하고, 화학적 신호는 다시 전기신호로 전환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수상돌기 가시가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학습과 경험에 따라 어떤 가시는 커지고 강화되며, 새로운 가시가 생기기도 한다. 반대로 약해진 연결의 가시는 작아지거나 사라질 수 있다. 수용체의 수와 구성도 달라진다. 다시 말해 우리가 경험하는 사건은 신경회로의 활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수상돌기 가시와 시냅스의 물리적·분자적 변화로 흔적을 남긴다.

이런 의미에서 수상돌기 가시는 기억이 새겨지는 핵심 장소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기억 하나가 특정한 가시 하나에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억은 수많은 뉴런과 시냅스에 걸쳐 분산된 신경회로의 연결 강도와 구조적 변화의 패턴으로 유지된다.

수상돌기 가시의 수와 밀도, 머리의 크기, 목의 길이와 굵기, 수용체의 구성, 그리고 경험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가소성의 차이는 기억과 행동의 개인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신경생물학적 요인 가운데 하나다.

다시 말해, 기억은 수상돌기 가시 하나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의해 변화한 수많은 수상돌기 가시와 시냅스 연결의 패턴 속에 새겨진다.

시냅스전 말단에서 방출된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 간극을 건너 시냅스후 부위의 수용체에 결합한다. 그러나 신경전달물질은 수용체에 계속 붙어 있지 않는다. 활동전위가 불과 몇 밀리초 동안만 지속되는 것처럼, 신경전달물질도 수용체에서 곧 떨어져 나온다. 그래야 하나의 신호가 끝나고 다음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의 뇌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몸이 전달하는 수많은 자극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경전달물질은 수용체와 찰나의 순간 동안만 결합했다가 떨어져나와 둥둥 떠다니는데, 이후 재흡수되거나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제거된다.

신경학자 로버트 M. 새폴스키는 자신의 저서 『행동』 (김명남 옮김, 문학동네, 2024, 828~829쪽)에서 신경전달물질의 제거 과정을 설명한다.

신경전달물질의 제거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로 이루어진다.

첫째, 재흡수다. 시냅스전 말단의 세포막에는 재흡수 펌프 또는 수송체가 있어서 시냅스 간극의 신경전달물질을 다시 시냅스전 말단 안으로 끌어들인다. 회수된 물질은 다시 시냅스 소포에 채워져 다음 신호 전달에 재사용될 수 있다.

둘째, 효소에 의한 분해다. 시냅스 간극에 존재하는 효소가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한다. 이렇게 분해된 물질은 더 이상 수용체를 활성화할 수 없으며, 그 부산물은 세포 밖으로 보냈다가 그곳에서 뇌척수액으로, 혈류로 결국 방광으로 보낸다.

따라서 하나의 화학적 신호는 다음과 같은 순환을 거친다.

신경전달물질 방출 → 수용체 결합 → 시냅스 전위 발생 → 수용체에서 분리 → 재흡수 또는 분해 → 신호 종료

새폴스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시냅스에서 전달되는 신호의 세기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여러 방법으로 강해지거나 약해질 수 있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시냅스전 뉴런이 더 많은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는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수용체가 활성화되어 시냅스후 뉴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방법은 시냅스후 뉴런의 수용체 수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같은 양의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어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많아지면 신호의 효과가 커진다. 이 원리는 기억의 장기강화(LTP)에 특히 중요하다.

또한 재흡수를 억제하면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 간극에 더 오래 남아 수용체를 반복적으로 활성화한다. 마찬가지로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하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도 신경전달물질이 더 오래 남아 신호가 강화된다.

따라서 시냅스의 힘은 간단히 말해,

① 얼마나 많이 방출하는가
② 얼마나 많은 수용체가 받아들이는가
③ 얼마나 빨리 재흡수하는가
④ 얼마나 빨리 분해하는가

에 따라 달라진다.

활동전위가 더 높은 빈도로, 더 오랜 시간 동안 연속해서 발생하면 시냅스전 말단에서 더 많은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될 수 있고, 그 결과 시냅스후 뉴런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진다. 여기에 신경전달물질의 생성량과 방출량, 시냅스후 수용체의 수와 민감도, 신경전달물질의 재흡수 속도, 분해 효소의 양과 기능 등이 함께 작용하여 시냅스 전달의 세기를 조절한다.

따라서 인간 행동의 개인차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생물학적 요인 가운데 하나는 이러한 신경전달물질 체계의 차이에 있다. 사람마다 신경전달물질의 생성과 방출, 수용체의 수와 반응성, 재흡수와 분해의 속도가 다를 수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신경회로의 작동 방식과 행동의 차이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축삭말단에서 활동전위에 의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란 정확히 어떤 물질일까?

신경전달물질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해도 수십 종에 이르며, 대표적으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아세틸콜린, 글루탐산, 가바(GABA)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글루탐산은 뇌에서 가장 대표적인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고, 가바는 대표적인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다.

왜 이렇게 여러 종류의 신경전달물질이 필요할까? 시냅스에서 해야 할 일이 항상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떤 신경전달물질은 다음 뉴런을 강하게 흥분시키고, 어떤 것은 약하게 흥분시키며, 그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도 서로 다르다. 반대로 일부 신경전달물질은 다음 뉴런의 활동전위 발생 가능성을 낮춘다. 즉, 신경계는 흥분성 신호뿐 아니라 억제성 신호도 함께 이용한다.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은 수용체와 결합하여 특정 이온 통로를 열고, 수상돌기 내부의 전위를 덜 음전하 쪽으로 변화시켜 다음 뉴런이 활동전위를 일으킬 가능성을 높인다. 반대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은 다른 종류의 이온 통로를 열어 수상돌기 내부를 더 음전하 쪽으로 변화시킨다. 그 결과 다음 뉴런은 활동전위를 일으키기 어려워진다.

하나의 뉴런은 수많은 다른 뉴런들로부터 흥분성 신호와 억제성 신호를 동시에 받아들인다. 이 수많은 신호는 수상돌기와 세포체에서 통합되고, 그 최종적인 결과가 문턱값을 넘을 때 비로소 새로운 활동전위가 발생한다. 따라서 뉴런의 작동은 단순한 ‘켜짐과 꺼짐’이라기보다 흥분과 억제가 끊임없이 경쟁하고 합산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원리가 있다. 이를 ‘데일의 원리’라고 한다. 한 뉴런에서 활동전위가 발생하면 그 뉴런의 여러 축삭말단에서는 기본적으로 같은 종류의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된다. 따라서 특정 뉴런이 어떤 신경전달물질을 사용하는가는 그 뉴런의 중요한 신경화학적 특징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뉴런은 주로 도파민을, 어떤 뉴런은 세로토닌을, 또 다른 뉴런은 글루탐산이나 가바를 방출한다.

뉴런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반복해서 활동전위를 일으킬 수 있다. 그때마다 시냅스전 말단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므로, 뉴런은 끊임없이 새로운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에는 비교적 단순한 공통 원리가 있다. 많은 신경전달물질은 몸 안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전구물질을 원료로 하여 몇 단계의 효소 반응을 거쳐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세로토닌은 음식에서 얻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으로부터 만들어지고, 도파민은 티로신으로부터 합성된다. 아세틸콜린 역시 음식에서 얻는 콜린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하나의 전구물질에서 여러 종류의 신경전달물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이다. 둘은 같은 합성 경로를 공유하지만, 어떤 효소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이 달라진다.

따라서 어떤 뉴런이 특정 신경전달물질을 사용하는가는 단순히 원료가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합성 효소를 가지고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신경전달물질의 생성과 방출, 수용체 결합, 재흡수와 분해 과정이 밝혀지면서 약물이 뇌에 작용하는 방식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약물은 이 과정의 여러 지점에 개입하여 시냅스 신호를 강하게 만들거나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신경전달물질의 전구물질을 공급하여 합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파킨슨병 치료에 사용하는 엘도파(L-DOPA)는 도파민의 전구물질을 공급하여 뇌에서 도파민 생성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또 신경전달물질과 비슷한 모양의 분자가 수용체에 결합하여 원래 신경전달물질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반대로 수용체를 차단하여 신경전달물질이 작용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동을 억제하면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에 더 오래 남아 작용하게 할 수 있고, 재흡수를 억제해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일부 항우울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는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억제하여 시냅스에서 세로토닌이 더 오래 작용하도록 한다.

반대로 신경전달물질의 합성을 막거나, 방출을 억제하거나, 수용체를 차단하면 시냅스 신호를 약화시킬 수 있다.

결국 신경전달물질이 작용하는 과정에는 여러 조절 지점이 존재한다.

전구물질 → 신경전달물질 합성 → 방출 → 수용체 결합 → 재흡수·분해

이 어느 단계에 개입하느냐에 따라 시냅스의 작동 방식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생성과 방출, 수용체의 수와 민감도, 재흡수와 분해 같은 과정은 처음부터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경험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경험은 뉴런의 연결뿐 아니라 신경전달물질 체계 자체도 변화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뉴런의 기본 원리와 뉴런과 뉴런 사이에서 정보가 전달되는 기본 작동 원리를 살펴보았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두 뉴런 사이의 작동 원리를 바탕으로, 주로 로버트 M. 새폴스키의 『행동』(김명남 옮김, 문학동네, 2024, 834~847쪽)을 참조하여, 더 큰 규모의 뉴런 네트워크인 신경회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볼 것이다.(끝)


다음글 ➡️ : 뉴런의 회로망에서 피어나는 창발적 사유

” 이 글은 로버트 M. 새폴스키의 저서를 중심으로 쓴
뇌세포의 작동 원리에 대한 입문적인 글로서,
총 2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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