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런의 회로망에서 피어나는 창발적 사유

요약

앞의 글에서는 뉴런 하나에서 전기신호가 만들어지고 시냅스를 통해 다음 뉴런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그 규모를 뉴런의 회로와 신경망으로 확대한다.

여러 뉴런은 서로 흥분시키고 억제하며 신호를 선명하게 하고, 서로 다른 정보를 연결하고 통합한다. 이러한 뉴런 네트워크의 작동이 어떻게 우리의 감각과 통증, 범주와 의미, 나아가 사고와 행동의 토대가 되는지를 새폴스키의 『행동』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서론

앞의 글에서는 하나의 뉴런에서 활동전위가 만들어지고, 그 전기신호가 축삭을 따라 시냅스전 말단에 도달한 뒤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학신호로 바뀌어 다음 뉴런으로 전달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우리의 행동과 생각은 뉴런 두 개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것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나의 뉴런은 수많은 뉴런과 연결되고, 다시 그 뉴런들은 다른 수많은 뉴런과 연결된다. 이렇게 뉴런들이 일정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는 구조가 신경회로이고, 이런 회로들이 더 큰 규모로 얽혀 이루어진 것이 뉴런 네트워크, 즉 신경망이다.

새폴스키의 표현을 빌리면 이제 문제는 “뉴런들로 구성된 회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이것은 뇌의 여러 영역과 행동의 관계를 이해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단계다.1

신호의 선명화

인간이 정교한 감각을 느끼고 외부 자극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이유는 뉴런 회로가 스스로 신호의 대비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신경계는 정보를 전달할 때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고 신호를 선명하게 다듬는 다양한 억제 회로를 사용한다.

뉴런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것은 한 뉴런이 단순히 다음 뉴런을 흥분시키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떤 뉴런은 다른 뉴런을 억제하고, 어떤 뉴런은 그 억제를 다시 억제한다. 따라서 신경회로에서는 신호가 단순히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증폭되고, 억제되고, 선택되고, 조절된다.

새폴스키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시냅스 이전 억제의 예를 든다.

뉴런 A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를 방출하고, 이 신경전달물질은 ‘축삭-축삭 사이’ 시냅스를 가로질러서 뉴런 B의 축삭말단에 있는 해당 수용체와 결합한다.(이미지 출처: 동심헌)

뉴런 A는 뉴런 B의 수상돌기나 세포체가 아니라 뉴런 B의 축삭말단에 직접 시냅스를 형성할 수 있는 상황이다. 뉴런 A가 이곳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를 방출하면 뉴런 B의 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는 정도가 줄어든다.

즉 뉴런 A는 뉴런 B에게 “신호를 보내지 마라” 또는 “조금만 보내라”고 조절하는 셈이다.

“이 억제 효과는(가령 -70mV의 막전위를 더 큰 음수로 만드는 효과다) 뉴런 B의 축삭을 달려온 활동전위를 훅 꺼뜨려버린다. … 업계 용어로 말하자면, 뉴런 A는 뉴런 B에 신경조절 효과를 낸다.”

이것은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뉴런은 단순히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전선이 아니다. 한 뉴런의 활동은 주변 뉴런들의 활동에 의해 계속 “조절”된다.

여러 뉴런이 연결되면 뇌는 단순히 신호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신호의 선명화다.

뉴런 A가 뉴런 B를 자극한다. 추가로 뉴런 C도 자극한다. 뉴런 A가 축삭말단을 두 세포로 나눠 투사함으로써 둘 다 흥분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뉴런 C는 뉴런 A로 억제성 신호를 보내어, 음성 되먹임(피드백) 고리를 형성한다.(이미지 출처: 동심헌)

참고로 ➕부호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 방출 표시고, ➖ 부호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방출 표시다.

뉴런 A가 활동전위를 계속 발화하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뉴런 C의 억제 신호가 되돌아와 뉴런 A의 활동을 멈추게 한다. 신호가 필요할 때는 강하게 나오지만 필요가 없어지면 빨리 사라지는 것이다.

자극이 들어왔을 때 신호가 무한정 지속되지 않도록 피드백 고리를 통해 신호를 깔끔하게 단절시키는 것이다. 즉, 잡음을 줄여 신호를 선명화한다.

“뉴런 A가 활동전위를 잇달아 발화한다. 그러다가 이제 할말이 끝났다는 사실을 열렬하게 알리는 방법으로서 되먹임 고리를 통해 입을 딱 다무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까? 이것은 시간적으로 신호를 선명화하는 수단이다. 그리고 뉴런 A가 축삭말단 1만 개 중 몇 개를 뉴런 B 대신 C로 보내는가에 따라 이 부정적 되먹임 신호의 강도를 ‘결정’할 수도 있다.”

시간적 신호 선명화를 다른 방식으로 달성할 수도 있다.

뉴런 A는 뉴런 B와 C를 자극한다. 뉴런 C는 뉴런 B로 억제성 신호를 보내는데, 이 신호는 뉴런 B가 자극받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났을 때 도달한다(A/B는 시냅스를 하나만 건너면 되지만 A/C/B는 시냅스를 두 개 건너야 하는 과정이라서 그렇다).(이미지 출처: 동심헌)

뉴런 A가 뉴런 B와 C를 동시에 흥분시키지만, C가 조금 늦게 B를 억제한다고 하자. 그러면 B는 처음에는 강하게 활성화되지만 잠시 뒤 억제된다. 이를 순방향 억제라고 한다.

이 회로 역시 신호가 시작되는 순간과 끝나는 순간을 명확하게 만들어준다.

신호를 선명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방식은 측면 억제다.

자극을 받은 핵심 뉴런이 인접한 주변 뉴런의 신호를 억제하여 신호 대 잡음 비를 높인다. 이 회로 구조 덕분에 인간은 시각, 촉각, 청각에서 미세한 차이를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

뉴런 A가 뉴런 B를 자극하고, 뉴런 C가 뉴런 D를 자극하고, 뉴런 E가 뉴런 F를 자극한다.

뉴런 C는 뉴런 D에게 흥분성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동시에 뉴런 C의 축삭말단 중 일부는 뉴런 A와 E에게 곁다리로 억제성 신호를 보낸다.(이미지 출처: 동심헌)

가운데 있는 뉴런 C가 강하게 흥분했다고 하자. C는 자신의 신호를 다음 뉴런 D로 전달하면서 동시에 주변의 뉴런 A와 E를 억제한다. 그러면 C의 신호는 더욱 두드러진다.

새폴스키의 표현처럼 “뉴런 C가 고래고래 외칠 때 뉴런 A와 E가 유난히 조용해지는” 것이다. 이것은 공간적으로 신호를 선명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러한 회로는 감각계에서 특히 중요하다.

“우리 눈에 작은 빛이 한 점 비친다고 하자. 방금 자극받은 게 광수용 뉴런 A, C, E 중 어느 거였지? A와 E가 침묵하는 측면 억제 덕분에 우리는 C였음을 더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촉각도 이런 방식으로 방금 콕 찔린 것이 피부의 이 지점이지 좀더 위나 아래가 아니었음을 안다. 귀도 이런 방식으로 방금 들은 음정이 A지 A샤프나 A플랫이 아니라는 걸 안다.”

측면 억제 회로는 주변 뉴런의 활동을 억제하여 신호 대 잡음의 비를 높이는 신경회로다.


새폴스키에 따르면, 신호를 더 또렷하게 만드는 선명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뉴런 하나 안에서의 선명화다. 뉴런이 조용할 때 막전위가 0mV가 아니라 약 −70mV 정도의 음전하 상태에 있기 때문에, 흥분성 입력이 들어왔을 때 얼마나 막전위가 올라갔는지, 반대로 억제성 입력이 들어왔을 때 얼마나 더 내려갔는지가 분명해진다. 즉 뉴런은 평소부터 ‘기준선’을 음수 쪽에 두고 있어서, 신호가 들어오면 그 변화가 더 잘 드러난다.

둘째는 뉴런 여러 개가 연결된 회로 안에서의 선명화다. 여기서 되먹임 억제, 순방향 억제, 측면 억제가 작동한다.

  1. 되먹임 억제는 신호가 너무 오래 지속되지 않도록, 회로가 스스로 브레이크를 거는 방식이다. 신호의 끝을 또렷하게 만든다.
  2. 순방향 억제는 흥분 신호가 먼저 들어온 뒤 조금 늦게 억제 신호가 따라오게 하여, 반응 시간을 짧고 분명하게 만든다.
  3. 측면 억제는 강하게 활성화된 뉴런 주변의 뉴런들을 억제하여, 어디에서 신호가 가장 강한지 더 선명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피부의 한 점을 바늘로 찔렀을 때, 그 지점의 뉴런만 강하게 활성화되고 주변 뉴런은 억제되면 우리는 “여기가 찔렸다”고 더 정확하게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측면 억제다.

다시 말해, 뉴런 하나의 막전위는 신호의 기준선을 만들어 신호를 또렷하게 하고, 여러 뉴런이 만든 억제 회로는 시간과 공간에서 불필요한 신호를 눌러 중요한 신호를 더 또렷하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가 감각하는 세계는 외부에서 들어온 신호를 있는 그대로 복사한 것이 아니다. 뇌의 신경회로가 신호를 선택하고 대비를 높이고 불필요한 정보를 억제한 결과다.


감각과 행동의 제어: 통증 회로의 상호작용

뉴런 네트워크의 연결 방식은 단순한 자극 수용을 넘어 물리적 통증의 양상을 결정짓고, 이를 스스로 제어하려는 인간의 행동 양식까지 유도한다.

뉴런 A는 빠른 통증 경로, 뉴런 D는 느린 통증 경로를 나타낸다.

1965년 로널드 멜작과 패트릭 D. 월이 제안한 이 통증 회로는 날카로운 일시적 통증과 둔한 만성 통증이 회로 내 억제성 뉴런의 작동에 의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동심헌)

빠른 통증 경로(뉴런 A)

뉴런 A는 통증 자극에 반응하여 활동전위를 일으키고, 활동전위를 일으키면 뉴런 B를 자극한다. 뉴런 B는 척수로 신호를 보내어, 우리에게 통증을 통보한다. 하지만 뉴런 A는 뉴런 C도 자극하고, 뉴런 C는 뉴런 B를 억제한다. 순방향 억제 회로다. 순방향 억제 회로(뉴런 C 활성화)를 작동시켜 뉴런 B를 곧 조용하게 만들므로 바늘에 찔린 듯한 날카롭고 일시적인 통증을 유발한다.

느린 통증 경로(뉴런 D)

뉴런 D도 뉴런 B를 흥분시키고 뉴런 C로도 신호를 보내는데, 그것은 억제성 신호다.

억제성 뉴런 C의 기능을 다시 억제(이중 억제)함으로써 뉴런 B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도록 만들어 욱신거리는 만성 통증을 일으킨다.

“뉴런 D가 통증을 느껴 활성화하면, 뉴런 C가 뉴런 B를 억제하는 능력을 억제해버린다. 그것을 우리는 화상이나 찰상을 입었을 때처럼 지속적으로 욱신거리는 통증으로 인식한다.”

빠르고 날카로운 통증과 느리고 욱신거리는 통증은 서로 다른 신경섬유와 억제회로의 상호작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우리도 종종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상호작용을 부추긴다. 당신이 뭔가 지속적이고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낀다고 하자. 가령 벌레에게 물렸다고 하자. 욱신거림을 어떻게 멈출까? 빠른 신경섬유를 일시적으로 자극하면 된다. 우리는 정말로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한다. 벌레에게 물린 곳이 참기 어렵도록 욱신거리면 우리는 그 주변을 세게 긁는다. 그러면 최대 몇 분 동안 느리고 만성적인 통증 경로가 차단되어, 통증이 둔화된다.”


범주와 의미의 발현, 그리고 창조성: 연합 신경망의 수렴과 확장

미시적 회로들이 다층적으로 중첩되고 수렴할 때, 신경망은 정보의 단순 전달을 넘어 추상화, 은유, 그리고 창조성이라는 고차원적 정신 활동을 만들어낸다.

새폴스키는 신경회로의 규모를 조금 더 키워 여러 뉴런의 정보가 서로 겹쳐 들어오는 가상의 회로를 제시한다.

뉴런 A는 뉴런 1, 2, 3에게 투사하고, 뉴런 B는 뉴런 2, 3, 4에게 투사하고, 뉴런 C는 3,4,5에 투사하는 회로다. 가상의 회로 속 뉴런 A는 맨 왼쪽 남자의 그림에 반응하고, 뉴런 B는 가운데 남자의 그림에 반응하고, 뉴런 C는 맨 오른쪽 남자의 그림에 반응한다고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동심헌)

하지만 상위 뉴런들은 개별 사람 하나만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서 공통된 특징을 찾아낼 수 있다.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입력받는 하위 신경층의 신호들이 상위 신경층의 특정 중심점(예: 뉴런 3)으로 수렴하면서 ‘공통점’과 ‘일반적 지식’을 추출해낸다.

어떤 뉴런은 특정 사람 하나에 반응하지만, 다른 뉴런은 여러 사례에 공통된 특징, 예를 들어 ‘빅토리아 시대 사람의 복장’ 같은 더 일반적인 개념에 반응할 수 있다.

“뉴런 3의 지식은 일반적이고, 첫번째 신경층이 보내온 정보들이 겹친 데서 나온다. … 뉴런 3은 이 신경망의 정보가 수렴하는 중심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여러 뉴런의 정보가 한곳으로 수렴하면 개별 정보에는 없었던 새로운 범주와 의미가 만들어질 수 있다.

뇌의 뉴런들은 단 하나의 회로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 3차원, 4차원의 다중 신경망에 복합적으로 소속되어 있다. 병렬적이고 교차하는 배선 구조는 서로 다른 개념을 하나로 연결하는 인지 능력을 탄생시킨다.

그래서 뉴런 네트워크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장치가 아니다. 서로 다른 정보를 연결하고 공통점을 찾아내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

“이런 구조는 무엇을 만들어낼까? 연합, 메타포, 비유, 우화, 상징을 다루는 능력이다. 서로 다른 두 대상을, 심지어 각각 양상이 다른 경우에도 연결하여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다.”

“호메로스처럼 바다의 색과 와인의 색을 연합하여 생각하는 능력 … 특징적인 색깔과 무늬가 그려진 직사각형 천 조각이 어떤 나라나 민족이나 이데올로기를 상징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신경망 때문이다.”

이러한 “연합적 신경망의 성질과 범위는 사람마다 다르다. … 어느날, 뉴런들이 얽혀서 이룬 연합적 신경망이 남들보다 더 넓고 더 특이한 사람이 등장한다.”

새폴스키는 특히 “폭넓고 특이한 연합을 만들어내는 신경망”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한다.

“그런데 뉴런들이 얽혀서 이룬 연합적 신경망이 남들보다 더 넓고 더 특이한 사람이 어느 날 등장한다. 그는 세상 사람들에게 아래의 그림도 얼굴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 이처럼 이례적으로 폭넓은 연합적 신경망 중 일부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무엇이라고 부르면 좋을까? 창조성이다.”

뉴런 하나에서 뇌 영역으로

뉴런 하나가 수천 개의 뉴런과 연결되고, 이러한 뉴런들이 수백만 개씩 모이면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뇌 영역을 형성한다.

“뉴런들의 세포체는 서로 연관된 기능을 가졌고, 뇌의 특정 영역에 한데 모여 있다. 뇌의 다른 부분으로 보내는 축삭들은 투사 섬유라는 다발로 한데 뭉쳐져 있다.
이것은 뇌의 서로 다른 부분들은 서로 다른 일을 한다는 뜻이다.
뇌의 모든 영역들(하위 -그 하위 – 하위 영역들)은 이름이 붙어 있다.
각 영역은 다른 영역들 중 늘 같은 상대들에게 말을 걸고(그들에게 축삭을 뻗는다는 뜻이다), 늘 같은 상대로부터 이야기를 듣는다(그들이 보내온 축삭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새폴스키의 설명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뇌의 각 영역에는 뉴런이 수백만 개씩 담겨 있고, 대표적인 것으로는 시상하부, 소뇌, 겉질, 해마 등이 있다.
  2. 어떤 영역은 그 속에 아주 뚜렷하게 구분되는 작은 하위 영역을 갖고 있는데, 그 하위 영역을 ‘핵’이라고 부른다. 핵에 붙은 이름들은 생경한 단어들이다. 마이네르트바닥핵, 시신경교차위핵, 그리고 썩 매력적인 이름인 아래올리브핵 등이 그렇다.
  3. 서로 연관된 기능을 가진 뉴런들의 세포체는 뇌의 특정 영역이나 특정 핵에 한데 모인 채 모두 같은 방향으로 축삭을 뻗는데, 그 축삭들은 하나의 다발(‘신경로’)로 뭉쳐져 있다.
  4. 말이집은 축삭을 감싸서 활동전위가 더 빨리 전파되도록 돕는다. 그런데 이 말이집은 색이 흰 편이라, 뇌에서 신경로 다발이 있는 곳은 희게 보인다. 그래서 그 부분을 ‘백색질’이라고 통칭한다.
  5. 신경과학이 하나의 분야로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탄환 외상을 입은 군인들을 연구하면서부터였다’.
  6. 한 뉴런이 어느 신경망에 소속되어 있는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그 개별 뉴런의 기능을 알아내기란 어렵다. 모든 뇌 영역은 다른 수많은 지점들과 축삭을 주고받기 때문에, 하나의 뇌 영역이 무언가를 전적으로 ‘도맡는’ 중추인 경우는 드물다. 그보다는 전체 신경망이 관여하되, 그 속에서 특정 영역이 어느 행동에 대한 ‘핵심적 역할’을 맡거나, ‘매개’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특정 뇌 영역의 기능은 그것이 맺고 있는 연결들에 따라 정해진다.

결론: 그렇다면 행동과 사고는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앞의 글에서 우리는 활동전위 하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보았다.

나트륨과 칼륨 이온이 막을 가로질러 움직이고, 활동전위가 축삭을 따라 거침없이 달려가며, 칼슘 이온이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촉발하여 다음 뉴런의 수용체와 결합한다.

그러나 이러한 미시적인 사건 단 하나만으로는 그 어떤 생각도, 행동도, 기억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나의 뉴런이 다른 뉴런을 흥분시키고, 또 다른 뉴런이 그것을 즉시 억제한다. 어떤 신호는 음성 되먹임을 통해 스스로 입을 다물며 시간적 선명도를 얻고, 어떤 신호는 측면의 이웃들을 침묵시키며 공간적 대비를 극대화한다.

나아가 여러 경로의 정보가 특정 뉴런으로 수렴하면서 추상적인 공통점과 패턴이 추출되고, 이 신호들이 다시 다차원적인 신경망으로 퍼져나가며 연합과 범주, 상징과 의미를 형성한다.

따라서 우리의 행동과 사고는 결코 특정 뉴런 하나의 독주가 아니라, 수많은 뉴런이 연출하는 ‘교향곡’이자 연결의 패턴이 만들어내는 종합적 결과다.

‘전기신호 → 화학신호 → 다시 전기신호’로 이어지는 단순한 시냅스의 작동 원리가 수천, 수만, 수백만 개의 뉴런에서 동시에 반복되고 중첩될 때,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신호 전달에 머물지 않는다.

정밀하게 조절되는 억제와 흥분의 균형 속에서 미시적 신호는 비로소 감각이 되고, 통증이 되며, 또렷한 기억과 정교한 개념이 되어 마침내 생각과 행동이라는 사유의 형태를 갖춘다.

이런 점에서 “모든 정신적 감각은 물질로 이루어진 신경계의 뉴런과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전기적・화학적 상호작용에 뿌리를 두고 있다.”

뉴런 하나라는 개별적 물질에서 출발한 회로들이 무수히 교차하고 다차원 평면으로 확장될 때, 우리의 뇌는 단순한 생물학적 자극-반응 체계를 뛰어넘는다. 비유와 메타포를 다루고, 눈앞에 없는 상징을 이해하며, 이성의 빛으로 우주와 인간의 본질을 사유하는 고차원적 정신 활동의 장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리하여 약 860억 개의 뉴런과 수백조 개에서 1,000조 개 가까운 시냅스로 구성된 인간의 뇌는 ‘부분의 합이 전체와 전혀 달라지는’ 전형적인 창발 현상을 보여준다.

단 하나의 뉴런에는 ‘의식’이나 ‘창조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나트륨 이온 채널의 열림이나 GABA의 방출 그 자체에는 고독, 환희, 비유적 사고와 같은 정서적·지적 함의가 전혀 담겨 있지 않다.

그러나 이 개별 요소들이 물리적·화학적 상호작용의 무수한 네트워크를 이룰 때, 하위 수준에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성질인 ‘창발성’이 발화한다. 개별 뉴런의 특성만으로는 설명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온갖 종류의 놀라운 행동을 보여준다. 사유와 의식, 그리고 문학적 감수성과 과학적 통찰이 하나의 통합된 전체로 출현하는 것이다.

물질이라는 개별 부품들이 결합하여 비물질적인 정신이라는 우주를 창조해 내는 이 동적인 창발성이야말로, 뇌라는 물질이 지닌 가장 경이로운 비밀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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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로버트 M. 새폴스키의 저서를 중심으로 쓴
뇌세포의 작동 원리에 대한 입문적인 글로서,
총 2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 주)

  1. 이 글은 로버트 M. 새폴스키의 저서 『행동』, 김명남 옮김, 문학동네, 2024.)의 부록 ‘신경과학 입문'(833~847쪽)의 내용을 전편(뉴런의 전기·화학적 신호에서 시작되는 사유의 씨앗)의 맥락에 맞게 기술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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