⑳ 시간 파헤치기―로벨리가 해체한 시간의 층위
이 글은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중심으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시간의 성질들이 현대 물리학을 거치며 하나씩 해체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상대성이론은 우주에 하나의 절대 시간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무너뜨리고, 장소와 운동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고유시간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열역학은 시간의 방향이 자연의 근본 법칙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엔트로피 증가와 거시적 통계에서 나타나는 효과임을 드러내며, 상대성이론은 우주 전체에 공통된 하나의 ‘지금’도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시간은 더 이상 독립된 배경이 아니라 중력장과 결합된 시공간의 일부가 되고, 양자중력에 이르면 시간은 연속성마저 잃고 입자성·중첩·관계성을 가진 양자적 구조로 해석된다.
결국 로벨리의 세계에서 남는 것은 절대적 시간이 아니라 사건과 과정의 네트워크이며, 사물조차 잠시 안정되어 보이는 사건들의 매듭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