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기후 적소 이야기 ― 인간은 어디까지 더위에 적응할 수 있을까

이 글은 생태학적 개념인 '적소(niche)'를 확장하여, 인류 문명이 번영해 온 기후적 조건과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를 과학적·인문학적 시선으로 탐구합니다.

생물종이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는 다차원적 환경 조건인 '기후 적소(climate niche)'의 개념을 설명하고, 한라산 구상나무의 고사 현상 등 기후변화로 밀려나는 생태계를 조명합니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등의 연구를 바탕으로 인류 문명이 수천 년 동안 연평균기온 11~15℃의 좁은 '인류의 기후 적소(HCN)' 안에서 발전해 왔음을 규명합니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전 세계 수억~수십억 명의 인구가 기후 적소 밖으로 밀려나 극심한 고온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성을 정량적 데이터로 경고합니다.

인간의 기후 적소 개념에 대한 학술적 비판과 함께, 뇌와 몸, 기술과 문화의 상호작용을 통해 환경을 변화시키며 생태적 유연성을 넓혀온 인류의 진화적 적응 과정을 고찰합니다.


생태 적소(niche)의 의미

생태학에는 ‘적소(nich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언뜻 보면 생물이 살아가는 ‘장소’를 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적소는 단순한 장소가 아닙니다.

위키피디아를 비롯한 여러 자료를 종합하면, 생태학에서 ‘적소(niche)’란 생물이 살아가는 장소가 아니라, 생존과 번식이 가능한 환경 조건과 생태계에서 수행하는 역할 전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국의 생태학자 G. Evelyn Hutchinson(1957)은 적소(niche)를 “유기체의 필요와 속성이 차원으로 정의되는, 즉 한 종이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는 장소를 결정하는 모든 환경조건들의 다차원 공간”이라고 정의하였습니다.1 여기서 “다차원 공간”이란 여러 생물기후학적 요인들의 집합, 즉 온도, 강수량, 습도, 토양, 염분, 산도(pH), 먹이, 포식자, 경쟁자 등을 말하며 이 거대한 환경 공간이 바로 생태적 적소입니다. 한 종이 이러한 조건의 범위 안에서만 살아남고 번식할 수 있다면, 그 범위 전체가 그 종의 생태적 적소가 됩니다.

생태적 적소 가운데 특히 온도, 강수량, 습도 등 기후 요인만을 기준으로 정의하면 ‘기후 적소(climate niche)’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극곰은 낮은 기온, 해빙 존재라는 기후 적소를 갖습니다. 산호는 따뜻한 바다, 일정한 수온이라는 기후 적소를 갖습니다. 고산식물은 서늘한 기온, 짧은 생장기라는 기후 적소를 갖습니다. 기후가 변하면 이 생물들은 자신들의 기후 적소를 따라 이동하려 합니다.

생물종은 대체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일정한 환경 조건의 범위를 가집니다. 기온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생존율이 떨어지고, 먹이와 번식 환경도 악화됩니다. 따라서 기후가 변하면 일부 개체는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그곳에서 살아남아 번식하는 개체는 늘어나고, 반대로 기존 지역에서는 개체 수가 줄어듭니다. 이러한 변화가 여러 세대에 걸쳐 반복되면서 종의 분포는 원래 살기 좋았던 기후 조건을 따라 점차 이동하게 됩니다. 이동하지 못하는 종은 개체 수가 감소하거나 멸종의 위험에 직면합니다.

동물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비교적 쉽게 관찰됩니다. 북극곰은 해빙이 줄어들면서 점점 북쪽으로 밀려나고, 북극여우는 따뜻해진 툰드라 지역으로 북상한 붉은여우와 경쟁하면서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바다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납니다. 대서양 대구, 고등어, 정어리와 같은 어종은 해수온 상승에 따라 점차 극지방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제주 바다의 대표적 아열대 종인 자리돔은 “우리나라 동북해 독도로 터를 옮기고 있”습니다.2 산호초는 높은 수온 탓에 대규모 백화현상을 겪습니다. 산호는 스스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적응 속도가 기후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생태계 전체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습니다.

그러나 기후 적소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생물은 오히려 식물입니다.

식물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기후가 변해도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습니다. 대신 씨앗이 바람이나 새, 동물에 의해 더 시원한 지역으로 퍼지고, 다음 세대가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 방식으로 기후를 따라갑니다. 따라서 식물의 ‘이동’은 개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분포 지역 자체가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북반구의 북방림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전체적으로 북쪽으로 분포를 확대해 왔습니다.3 유럽 알프스와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산악 지역에서는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고산식물이 점점 더 높은 고도로 이동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에는 끝이 있습니다. 더 서늘한 환경을 찾아 위로 이동하더라도 정상에 이르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습니다. 적합한 서식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결국 개체군이 감소하거나 지역적으로 사라질 위험이 커집니다. 온난화에 따라 서식지가 산 정상 쪽으로 밀려나다 결국 더 이상 이동할 곳이 없어지는 현상을 생태학에서는 흔히 ‘멸종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escalator to extinction)’라고 표현합니다.4

이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나무 가운데 하나가 한라산 구상나무입니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의 높은 산에서 살아가는 침엽수입니다. 구상나무는 고산 식물로서 서늘한 기후가 적소입니다.

한라산은 제주에서 가장 높은 곳입니다. 따라서 한라산 고지대에 사는 구상나무에게는 더 높은 산으로 이동한다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기후가 계속 따뜻해지면 구상나무가 살아갈 수 있는 적합한 기후 환경은 점점 높은 곳으로 밀려나고 그 면적도 점차 좁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산림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년 사이 한라산 구상나무의 평균 고사율은 약 36.4%에 달하며, 일부 군락지에서는 절반이 넘는 63.1%가 말라 죽었습니다. 한라산 일대에는 모두 54만 1천여 그루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5 (사진 출처: 동심헌)


농작물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포도, 밀, 사과와 같은 작물의 재배 적지는 점차 고위도나 고지대로 이동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품종의 생산성이 감소하는 대신 새로운 품종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례로 감귤 재배지가 제주도에서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여 전라도와 충청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생물을 직접 죽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그리고 더 광범위하게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의 지리적 위치를 바꾸어 놓습니다. 생물은 가능한 한 자신이 진화해 온 기후 조건을 따라 이동하려 합니다. 동물은 몸을 움직여 기후 적소를 따라가고, 식물은 세대를 거쳐 분포를 이동시키며 기후 적소를 따라갑니다. 이동 능력의 차이는 있지만, 두 경우 모두 ‘자신에게 적합한 기후 조건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합니다. 이것이 생태학에서 말하는 기후 적소(climate niche)입니다.

인류의 기후 적소(Human Climate Niche)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요? 인간은 의복과 주거, 냉난방 기술을 통해 다른 생물보다 훨씬 넓은 기후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6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문명 역시 수천 년 동안 특정한 기후 범위 안에서 발전해 왔음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바로 ‘인류의 기후 적소(Human Climate Niche, HCN)’라는 개념입니다.

2020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된 『Future of the Human Climate Niche』은 이러한 인류의 기후 적소 개념을 도입하였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현재 인구 분포, 500년 전 인구 분포, 약 6,000년 전 인구 분포, 농작물과 가축 생산, 경제 생산성(GDP)을 관련된 자료와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인류의 적소는 연평균기온이 약 11~15℃ 의 매우 좁은 기후 범위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포는 현재나 500년 전이나 6,000년 전이나 모두 거의 동일했습니다. 즉, 인류 문명은 수천 년 동안 거의 같은 기후대에서 번영해 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인류의 기후 적소(Human Climate Niche)’라고 불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기후 적소가 단순히 사람이 살기 좋은 온도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계 주요 농작물과 가축의 생산성도 같은 기후 범위에서 가장 높았으며, 국가의 경제 생산성 역시 비슷한 기후 범위에서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인류의 기후 적소는 사람의 생리뿐 아니라 농업 생산체계까지 반영하는 기후 조건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인간의 기후 적소에는 우리의 몸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농경지와 가축,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성장한 경제와 문명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문제는 미래입니다. 연구진은 IPCC 기후변화 전망에 사용된 매우 높은 온실가스 농도 경로인 RCP8.5와, 높은 인구 증가와 지역 간 경쟁·국제협력 약화를 가정하는 사회경제경로 SSP3 시나리오7를 적용한 결과, 앞으로 약 50년 동안 인류가 경험하는 평균 기후 변화는 지난 6,000년 동안의 변화보다 더 클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특히 연평균기온이 29℃ 이상인 지역은 현재 지구 육지의 약 0.8%에 불과하지만, 2070년에는 약 19%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러한 기후는 현재 주로 사하라 사막과 그 주변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기후입니다. 더욱이 이 시나리오에서는 약 35억 명이 이러한 고온 지역에 거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다만 연구진은 이것이 기후변화 완화와 대규모 이주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계산한 결과임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기후 적소 밖으로 밀려나는 사람들

2020년 미국국립과학원(PNAS)의 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이 2023년 Nature Sustainability에 발표된 『Quantifying the Human Cost of Global Warming』입니다.8

이 논문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경제적 손실이나 국내총생산(GDP)의 감소로 환산하는 대신, ‘기후 적소 밖으로 밀려나는 사람의 수’를 통해 기후변화의 인간적 비용을 정량화하려 했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1980년 당시 세계 인구가 연평균기온에 따라 어떻게 분포하고 있었는지를 바탕으로 인간의 ‘이상적 분포(ideal distribution)’를 설정했습니다. 다시 말해 특정 기온에서 어느 정도의 인구가 살아가는지를 나타내는 1980년의 인구-기온 분포를 기준선으로 삼고,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이 기준선에서 얼마나 벗어나게 되는지를 계산한 것입니다.

이 분포에서 주된 인구밀도 정점은 약 12℃부근에 나타나고, 고온 지역에도 약 27℃ 부근의 또 다른 인구밀도 정점이 나타납니다.

따라서 ‘이상적 분포’는 12℃나 13℃처럼 특정한 하나의 온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약 12℃는 기온 적소의 주된 인구밀도 정점이며, 연평균기온 29℃는 연구에서 별도로 설정한 ‘기온 적소의 고온 경계(hot edge)’입니다. 이상적 분포란 이러한 기온별 인구분포 관계를 미래의 변화된 기후에 적용하여 계산한 가상의 인구분포를 뜻합니다.

연구 결과는 이미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산업화 이후 현재까지 약 1.2℃의 지구 평균기온 상승9으로 세계 인구의 약 9%, 즉 6억 명 이상이 역사적인 인구-기온 분포로 정의한 인간 기후 적소 밖에 놓였다고 추정했습니다. 앞으로 현재의 기후정책이 유지되어 세기말 지구 평균기온이 약 2.7℃ 상승할 경우,10전 세계 인구의 약 22~39%가 인류가 오랫동안 번영해 온 기후 적소 밖에서 살아가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대로 희망적인 결과도 제시되었습니다. 파리협정의 목표대로 온난화를 1.5℃이내로 제한할 경우, 연평균기온 29℃ 이상의 극심한 고온에 노출되는 인구를 현재 정책 유지 시보다 5배가량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2.7℃ 온난화에 비해 인류의 6분의 1을 위험한 폭염으로부터 구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 대응은 단순히 평균기온을 몇 도 낮추는 문제가 아니라, 수억 명의 삶과 거주 환경을 보호하는 문제임을 의미합니다.

기후 적소 연구가 말하는 것

2020년 PNAS와 2023년 Nature Sustainability 논문은 연구진도 상당 부분 겹치고 개념적으로 직접 연결됩니다.

PNAS(2020)는 역사와 생태 자료를 이용해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연평균기온 약 11~15℃의 좁은 기후대에서 문명을 발전시켜 왔음을 밝히며 ‘인류의 기후 적소’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이어 Nature Sustainability(2023)는 이 개념을 바탕으로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후 적소를 벗어나게 되는지를 정량화하고, 온난화를 1.5℃로 제한하는 것이 수억 명의 극심한 고온 노출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두 개의 연구는 탄소배출과 인간의 피해를 직접 연결했다는 점입니다. 연구진은 현재의 평균적인 배출 수준에서는 오늘날 평균적인 세계 시민 약 3.5명의 평생 탄소배출량이 미래 한 사람을 전례 없는 고온 환경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추정했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피해는 배출량이 많은 부유한 국가보다, 오히려 배출량은 적지만 적응 능력이 부족한 인도, 나이지리아, 사헬 지역 등에서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기후변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기후 정의(climate justice)의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 연구가 곧 “수십억 명이 살 수 없게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연구진은 냉방기술의 발전, 도시 설계의 개선, 농업기술의 혁신, 국제적 이주와 같은 인간의 적응 능력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적응에도 불구하고, 인류 문명이 수천 년 동안 의존해 온 기후 환경이 빠르게 이동하면 사회·경제적 비용과 불평등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 것입니다.

위 두 논문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인류는 기술을 발전시켰지만 자연의 제약에서 완전히 벗어난 존재는 아닙니다. 문명을 꽃피운 기후 조건은 수천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이제 우리는 그 안정된 기후를 불과 한 세기 만에 크게 바꾸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본질은 단순히 ‘지구가 조금 더 더워지는 것’이 아니라, 인류 문명이 오랫동안 뿌리내려 온 기후 적소 자체가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속도는 인간 사회가 경험한 어떤 시대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2차원 기후 공간 – 온도와 강수량으로 다시 본 기후 적소

인류의 기후 적소 개념은 2024년 Climatic Change에 발표된 『The Climate Niche of Homo sapiens』에서 더욱 정교한 분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논문은 인간의 기후 적소를 온도와 강수량을 함께 고려하는 2차원 기후공간에서 재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인간은 다양한 강수 환경에는 비교적 잘 적응해 왔지만, 고온에는 훨씬 더 큰 제약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기존 연구들은 온난화가 진행되면 수십억 명이 인류가 역사적으로 집중해 살아온 기후 범위를 벗어난 조건에 놓일 수 있다고 전망하였습니다.

그러나 논문의 저자 Richard S.J. Tol은 이러한 ‘역사상 전례 없는(unprecedented)’기후를 곧바로 인간에게 부적합하거나 사실상 거주하기 어려운 기후로 해석하는 데에는 통계적·개념적 문제가 있다고 비판합니다.

Tol은 현존하는 모든 거주지를 인간이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인정하는 더 합리적인 가정을 세웠습니다. 그 결과, 현재보다 추가 2℃ 상승이라는 온난화 시 연구진은 생존의 위협을 받는 인구를 수십억 명이 아닌 수억 명(약 2억 명 이상) 수준으로 산출했습니다.

그는 ‘전례 없는 기후’와 ‘생존 불가능한 기후’는 같은 개념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인간은 생물학적 진화는 느리지만, 기술과 문화, 사회조직을 통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종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인간의 실제 거주 자료를 이용하여 기후 적응 범위를 다시 평가하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입니다.

연구방법 및 자료

Tol은 인간이 실제로 거주하는 지역의 연평균 기온과 연강수량을 이용하여 기후공간(climate space)을 구축하였습니다.

인간의 기후 적응 범위는 Convex Hull(볼록껍질)과 Peeled Hull(껍질 벗기기) 기법으로 추정하였고, Hill 꼬리지수(Tail Index)를 이용해 극한기후에 대한 적응 가능성을 분석하였습니다.

Convex Hull(볼록껍질)은 현재 인간이 살고 있는 모든 기후를 가장 바깥쪽에서 감싸는 최소한의 경계입니다. 즉, “인간이 지금까지 실제로 살아본 기후의 최대 범위”를 나타냅니다.

Peeled Hull(껍질 벗기기)은 볼록껍질에서 극소수의 예외적인 지역(이상치)을 제거한 뒤 다시 경계를 만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극단적인 소수 사례에 좌우되지 않는, 보다 대표적인 인간의 기후 적응 범위를 추정합니다.

Hill 꼬리지수(Tail Index)는 기후 분포의 가장 끝부분(극한기후)에서 사람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분석하는 통계지표입니다. 이때 꼬리가 얇다(thin tail)는 극한환경으로 갈수록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므로 적응 여력이 작은 것이고, 꼬리가 두껍다(thick/fat tail)는 극한환경에서도 사람이 비교적 많이 존재하므로 더 극한의 환경에도 적응할 가능성이 큰 것을 의미합니다.

1901년부터 2020년까지의 기후 자료(CRU TS), 지난 12,000년간의 인구 및 농경지 역사 자료(HYDE), 그리고 지역별 소득 자료(GDL)를 결합하여 물리적 환경과 인간 행동 양식의 교차점을 분석했습니다.

연구결과

인간은 고온으로 갈수록 거주 가능성이 급격히 감소하는 반면, 건조하거나 강수량이 많은 기후에는 예상보다 넓은 적응 범위를 보였습니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강수량 분포는 ‘두꺼운 꼬리(thick tail)’를 보입니다. 이는 인간이 건조한 지역부터 습윤한 지역까지 매우 넓은 강수 환경에서 실제로 살아왔으며, 현재 관찰된 범위를 넘어서는 강수 조건에서도 적응할 가능성이 비교적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강수량이 현재보다 약 30% 증가하거나 감소하더라도 인간 기후 적소의 범위를 벗어나는 인구는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강수 조건에서 적응력이 높은가?
논문은 인간이 강수량 변화에는 비교적 넓은 적응 범위를 보인다는 사실을 제시하지만, 그 궁극적인 이유인 진화적 배경까지 자세히 다루지는 않습니다. 여기서는 그 이유를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모든 생명은 약 38억 년 전 원시 바다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출현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생명은 오랫동안 바다에서 진화했으며, 약 5.4억 년 전 캄브리아기에는 다양한 동물이 폭발적으로 출현했습니다. 이후 약 4.7억 년 전에는 식물이 육지에 정착했고, 약 3.7억 년 전에는 일부 육기어류가 육상으로 진출하여 양서류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그 후 파충류, 포유류가 차례로 진화하였으며 마침내 약 30만 년 전 현생 인류(Homo sapiens)가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진화의 계보를 살펴보면 인간과 오늘날의 물고기는 먼 과거의 공통조상을 공유하는 친척 관계이며, 인간 역시 물고기와 같은 척추동물의 한 갈래에서 진화한 생명체입니다.11

인간은 진화의 대부분을 물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왔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진화적 적응은 인간 사회가 강수량이 풍부한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을 만들었으며, 그 결과 인구와 문명의 공간적 분포는 강수량 분포에서 ‘두꺼운 꼬리(thick tail)’ 현상을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물은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인 환경이었습니다. 바다 속 일부 척추동물은 육지로 진출했지만, 세포 내부의 화학 반응은 여전히 물속에서 이루어지는 방식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혈액과 세포외액, 세포질은 모두 초기 바다의 화학적 환경을 계승한 수용액입니다. 세포 내부의 대부분의 생화학 반응은 물을 매개로 이루어지며, 혈액과 세포액 역시 대부분 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몸에 약 60%의 물이 존재하는 것도 이러한 생명의 생화학적 특성을 반영합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육지에 살고 있지만, 몸속에는 여전히 ‘작은 바다’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생명체입니다.

수억 년에 걸친 진화 과정에서 생명체는 바다를 떠나 강과 습지, 숲, 초원, 사막 등 매우 다양한 수분 환경으로 생활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개체들은 체내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상성, 신장의 수분 재흡수 기능, 갈증을 조절하는 신경계와 호르몬 체계 등 다양한 생리적 적응을 획득했습니다. 이러한 적응은 자연선택을 통해 유전적으로 축적되었으며, 오늘날 인간에게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즉, 인간이 강수 조건에 비교적 높은 적응력을 보이는 것은 수억 년에 걸친 진화 과정에서 다양한 수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생리적 메커니즘이 자연선택을 통해 DNA에 축적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문화와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건조한 지역에서는 우물과 관개시설, 저수지를 만들었고, 강수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제방과 배수시설을 건설하며 환경을 능동적으로 바꾸었습니다. 다시 말해 인간의 강수 적응력은 진화를 통해 형성된 생리적 적응과 문화·기술의 축적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반면 기온 분포, 특히 고온 방향에서는 ‘얇은 꼬리(thin tail)’가 나타납니다.

물과 달리 기온은 생명체가 내부 항상성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고온은 단백질의 안정성과 효소 반응, 체온 조절 시스템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에 진화와 기술만으로도 쉽게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강수량보다 고온에서 훨씬 좁은 적응 범위를 보이게 됩니다.

이 연구는 고온이 강수량보다 인간의 기후 적소를 제약하는 훨씬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경향은 농작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농작물이 인간보다 약간 더 취약했습니다. 작물의 생태적 적소 역시 인류와 비슷하지만 더 얇은 꼬리를 가진 것입니다. 인류가 새로운 기후에 농경지를 개척하는 속도는 1,000년당 1℃ 수준에 불과하여, 농업기술은 새로운 기후에 적응해 왔지만, 그 속도는 미래 온난화의 진행 속도에 크게 미치지 못합니다.

시사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후 6℃ 상승하면 약 20억 명의 인구가 전례 없는 폭염에 노출됩니다. 기후 공간 밖으로 인류를 밀어내는 핵심 동인은 강수량이 아닌 기온입니다.

수학적 꼬리 분포(Pareto distribution)를 적용하면, 5℃ 상승 시 약 3억 명은 주변의 더운 지역을 보고 유추할 수 있는 ‘상상 가능한(imaginable) 더위’에 직면합니다. 하지만 온도가 그 이상 오르면 나머지 인구는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상조차 불가능한(unimaginable) 더위’에 갇히게 됩니다.

그러나 Tol은 단순히 “전례 없는 기후”라고 해서 곧바로 “생존 불가능한 기후”라고 판단해서는 안 되며, 인간의 적응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결론

Tol의 연구는 기후변화의 위험을 부정하는 연구가 아니라 그 위험의 성격을 다시 정의하는 연구입니다. 인간은 역사적으로 놀라울 만큼 넓은 기후공간을 점유해 왔으며, 특히 강수 변화에 대해서는 상당한 적응 가능성을 보여 왔습니다.

따라서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기후’를 곧바로 ‘인간이 살 수 없는 기후’로 등치해서는 안 됩니다. 기존 연구들이 제시한 수십억 명 규모의 피해는 가정과 통계모형에 따라 과대추정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온에서는 인간 거주분포의 꼬리가 급격히 얇아지고 특히 적응력이 인간보다 낮은 다른 농작물은 훨씬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결론짓습니다.

기존 연구가 제시한 수십억 명보다 작은 추정치라 하더라도, 수억 명이 현재 인간의 경험적 기후 적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결과는 결코 작은 위험이 아닙니다.

결국 Tol의 연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기후위기의 존재가 아니라, 그 위험을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인류의 기후 적소에 대한 비판

그러나 2024년에는 보다 근본적인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One Earth에 발표된 3쪽 분량의 논평 『There is no Human Climate Niche』는 ‘인간의 기후 적소'(HCN)라는 개념 자체가 “기후를 지나치게 중심에 놓고 있으며, 기후와 관련된 인간의 취약성을 만들어내는 주요 원인들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논문의 핵심 주장은 “기후변화는 분명 심각한 위험이지만, 인간에게 보편적이고 고정된 HCN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인간의 삶은 단순히 평균기온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기술 수준, 경제력, 정치 제도, 의료체계, 도시 인프라, 사회적 적응 능력이 실제 취약성을 훨씬 크게 좌우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같은 기온이라도 어떤 사회는 충분히 적응할 수 있지만, 다른 사회는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미래를 기온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생태학적으로도, 사회과학적으로도 불충분하다는 것입니다.

기후 적소 관점에 대한 비판

논평은 인간 기후 적소(HCN)에 대해 총 6가지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첫 번째, 인간 기후 적소의 정의가 일관되지 않습니다.

논평은 HCN을 대표적으로 설명한 앞선 두 연구(2020년 PNAS와 2023년 Nature Sustainability 논문)에서 이 개념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의된다고 지적합니다.

첫째, 연평균기온(MAT) 13℃를 중심으로 하는 범위로, 인간의 인구분포와 농업 및 경제 생산성의 ‘기온 최적점’을 의미합니다.

둘째, 연평균기온 11℃에서 15℃ 사이의 ‘최적 범위’입니다.

셋째, 연평균기온 29℃ 미만으로, 29℃를 이른바 ‘기온 적소의 고온 경계’로 설정합니다.

넷째, 1980년의 인구분포를 기준으로 기온에 따른 인구밀도를 나타낸 ‘이상적 분포(ideal distribution)’ 곡선입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이론적으로 하나의 기온 적소가 이 모든 특성을 동시에 가질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즉 하나의 적소가 ‘최적점’이면서 ‘최적 범위’이고, 동시에 ‘임계점’이자 ‘이상적인 인구분포 곡선’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정의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적소의 경계뿐만 아니라 그 경계를 벗어났다고 판단되는 인구와 기후변화의 위험 규모까지 크게 달라진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평균기온 29℃를 임계값으로 삼으면 최근의 온난화로 인해 현재 세계 인구의 약 0.9%가 HCN 밖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1980년의 인구분포를 기준으로 한 ‘이상적 분포’를 적용하면 그 비율은 약 9%로 높아집니다. 더 나아가 연평균기온 11℃~15℃를 HCN으로 정의하면 오늘날 세계 인구의 과반수가 이미 HCN 밖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분류됩니다.

결국 같은 ‘인간 기후 적소’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도 정의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인간에게 객관적으로 정해진 하나의 기후 적소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저자들이 제기하는 첫 번째 의문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두 번째, 미래에 인류의 약 3분의 1이 기후 적소 밖으로 밀려난다는 전망도 불확실합니다.

기존 연구들은 21세기 후반에 약 35억~37억 명이 인간 기후 적소 밖에서 살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한 연구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비판받는 RCP8.5 같은 극단적 시나리오를 사용했고, 다른 연구는 논란이 있는 ‘이상적 인구분포’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따라서 비슷한 약 ‘3분의 1’이라는 숫자가 나왔지만 전제와 계산방법은 전혀 다릅니다. 저자들은 이를 신뢰하기 어려운 통계적 일치라고 봅니다.

세 번째, 인간의 거주 가능성을 온도 하나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현대 생태학은 한 종의 생존과 분포를 하나의 환경변수만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온도뿐 아니라 강수량, 생리적 조건, 먹이, 다른 생물과의 관계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인간에게는 이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인간은 의복, 주택, 냉난방, 농업기술, 에너지, 무역과 같은 문화와 기술을 이용하여 환경에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간은 오래전부터 북극에서 사하라 사막까지 매우 다양한 기후에서 거주하고 번식해 왔습니다.

네 번째, ‘기후 적소’에는 환경결정론의 문제가 있습니다.

저자들은 “특정한 ‘최적’ 기온에서만 ‘인간의 번영’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19세기와 20세기 초 환경결정론과 유사하고, 오늘날 이러한 견해는 과학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종주의적이라는 이유로 널리 부정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합니다.

인간은 환경에 수동적으로 종속되지 않습니다. 기술과 사회제도, 문화적 행동을 통해 환경의 제약을 상당 부분 변화시킵니다. 따라서 특정 온도를 인간의 ‘최적 환경’으로 고정하는 것은 인간의 적응능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합니다.

다섯 번째, 기후위험은 ‘평균기온’보다 ‘극한기후 × 사회적 취약성’입니다. 이 부분이 논문의 가장 중요한 대안적 주장입니다.

저자들은 기후변화의 위험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연평균기온보다 폭염·홍수·가뭄·폭풍 같은 극한현상을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같은 폭염이라도 피해는 똑같지 않습니다.

극한기후 × 생리적 한계 × 빈곤·불평등 × 주거환경 × 의료·사회제도 × 기술적 적응능력 → 실제 인간 피해

가령 냉방시설과 의료체계가 충분한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는 동일한 고온이라도 사망과 질병의 위험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디가 너무 더워서 사람이 살 수 없는가?”보다 “누가 어떤 극한기후에 노출되고, 그것에 적응할 자원과 능력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환경에 수동적으로 종속되지 않습니다. 기술과 사회제도, 문화적 행동을 통해 환경의 제약을 상당 부분 변화시킵니다. 따라서 특정 온도를 인간의 ‘최적 환경’으로 고정하는 것은 인간의 적응능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합니다.

여섯 번째, 인간 기후 적소 개념은 정치적 위험도 가집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개념이 특정 지역을 곧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으로 규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특히 방글라데시나 태평양 섬 지역 주민들을 ‘미래의 기후난민’으로 단순화하거나, 수십억 명의 기후이주를 과장하여 예측하면 오히려 반이민 담론이나 강경한 국경정책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결론

인간 기후 적소 관점과 이 논문이 제시하는 다차원적 기후 취약성·적응 관점의 핵심적인 차이는, 기후가 인간의 거주 가능성을 직접 결정한다고 보느냐, 아니면 기후위험과 인간 사회의 취약성 및 적응능력의 상호작용이 실제 피해를 결정한다고 보느냐에 있습니다.

기존의 HCN 관점은 기후변화로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면 인간이 오랫동안 살아온 적정 기후 범위를 벗어나는 지역이 확대되고, 결국 그 지역에서는 인간의 정상적인 생활과 생존이 어려워져 거주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평균기온의 변화가 인간의 거주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제한한다는 비교적 단선적인 인과관계를 전제합니다.

반면 논문의 저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HCN은 인간이 일정한 기온 범위에서 가장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지만, 그 적소의 정의와 경계가 일관되지 않고 미래 인구 전망 역시 가정에 크게 좌우됩니다. 또한 인간의 거주 가능성을 기온이라는 단일 변수로 설명하는 것은 현대 생태학의 적소 개념과 맞지 않으며, 기술·문화·경제·사회적 적응을 통해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온 인간의 역사를 과소평가하는 환경결정론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기후 취약성이 평균기온 자체보다 극한기상과 빈곤·불평등·사회적 적응 능력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HCN은 실제 기후위험의 원인을 흐릴 뿐 아니라 특정 지역을 ‘거주 불가능’한 곳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기후이주에 대한 공포를 키워 반이민 정책이나 강제이주를 정당화하는 정치적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거주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은 단순히 “얼마나 더운 곳인가”가 아니라 “그곳의 사람들이 변화한 기후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으며, 그것에 대응하고 적응할 능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러한 비판은 앞선 연구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기후 적소’를 생존의 절대 한계가 아니라 문명이 오랫동안 번영해 온 기후 조건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더욱 분명하게 만듭니다. 실제로 2020년 PNAS 논문 역시 인간의 기술 발전과 이주, 사회적 적응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역사적으로 문명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기후 조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었습니다.

기후 적소의 확장 – 생태적 유연성(ecological flexibility)

마지막으로 2025년 Nature에 발표된 『Major Expansion in the Human Niche Preceded Out of Africa Dispersal』은 논의를 훨씬 더 긴 시간축으로 확장하였습니다.

유전학적 증거에 따르면 오늘날 아프리카 밖 인류의 대부분은 약 5만 년 전 시작된 현생인류의 확산에서 유래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선 시기에도 여러 차례 아프리카 밖으로 이동했으며, 초기 집단은 장기적인 정착에 실패했습니다.

기존 연구는 약 5만 년 전 대규모 확산의 성공을 인지능력, 상징행동, 무기 기술의 발전으로 설명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은 이미 그보다 이른 시기부터 존재했습니다. 연구진은 성공의 핵심을 특정 기술이 아니라 인류의 기후 적소, 곧 인간이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는 기후·생태 환경의 범위가 확대된 데서 찾았습니다.

연구방법

연구진은 약 12만 년 전부터 1.4만 년 전까지 아프리카 전역의 방사성 연대측정 거주층 479건을 분석하고, 각 유적에 당시의 기후와 식생 자료를 결합했습니다. 종 분포 모형(SDM)과 일반화 가법모형(GAM)을 이용해 고정 적소 모형과 변화 적소 모형을 비교했으며, 자료 편향과 연대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분석을 100회 반복했습니다. 그 결과, 91회에서 변화 적소 모형이 더 높은 설명력을 보여 인류의 기후 적소가 시간에 따라 확장되었음을 지지했습니다.

주요결과

인류의 기후 적소는 약 7만 년 전부터 크게 확대되기 시작했고, 약 5만 년 전에 정점에 이르렀습니다. 인간은 기존의 사바나뿐 아니라 서·중앙아프리카의 열대우림, 사하라와 사헬의 건조지역까지 생활 범위를 넓혔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기후가 좋아져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높은 강수량과 울창한 식생, 큰 기온 차이와 희박한 식생을 가진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합니다.

생태적 유연성(ecological flexibility)이 만든 인류의 세계 확산

현생인류의 성공적인 아프리카 탈출은 갑작스러운 지능의 도약이나 특정 기술의 발명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인간은 아프리카 내부에서 먼저 숲과 사막을 포함한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태적 유연성(ecological flexibility)을 키웠고, 이러한 인류의 기후 적소 확장이 약 5만 년 전 유라시아 정착과 세계적 확산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인류의 세계 진출은 아프리카를 떠난 순간 시작된 사건이 아니라, 약 7만 년 전부터 아프리카 안에서 진행된 장기적인 적응 과정의 결과였습니다.

생태적 유연성에 대한 신경과학적 해석: 정동적 적소

여기서부터는 앞의 연구들이 직접 검증한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신경과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Lisa Feldman Barrett)의 저서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최호영 옮김, 생각연구소, 2017.)에 나오는 ‘정동적 적소’라는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해 볼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그러한 생태적 유연성을 발달시킬 수 있었을까요? 그 가능성의 하나를 외부 세계를 끊임없이 예측하는 인간의 뇌와 ‘정동적 적소(affective niche)’라는 개념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두개골이라는 어두운 상자 안에서 오직 감각 입력과 과거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외부 세계를 추론합니다. 신경과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Lisa Feldman Barrett)이 제시한 ‘신체 예산(body budget)’ 개념에 따르면, 뇌의 가장 핵심적인 임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언제 쓰고 언제 비축할지 끊임없이 예측하는 것입니다. 뇌가 신체 예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여 정동적 가치(가치와 각성)를 부여한 모든 것들의 총체가 바로 정동적 적소입니다.12

인간은 혹독한 자연 속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뇌의 예측과 신체조절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생태적 유연성이 확대되는 과정을 다음 세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인간은 정온동물이므로 체온을 일정한 범위에서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극심한 추위나 더위는 체온조절과 수분 균형 등에 추가적인 생리적 비용을 요구하며, 이러한 변화는 신체 내부 상태와 정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2020년 PNAS 연구에 따르면 지난 약 6,000년 동안 인류의 상당수는 연평균 기온 약 11~15℃의 비교적 좁은 기후 범위에 집중되어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 분포를 인간이 신체예산을 최소화하는 온도로 직접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의 기후 적소는 체온조절뿐 아니라 농업 생산성, 수자원, 질병 환경과 사회·경제적 조건이 오랜 시간 상호작용하여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인간의 뇌가 이러한 환경이 신체에 가져올 비용과 이익을 예측하고 정동적 가치를 부여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정동은 인간이 어떤 환경에 접근하고 머물거나 회피하는지를 조절하는 하나의 생물학적 매개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인간은 다른 많은 생물처럼 변화한 기후를 따라 이동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구와 기술을 이용하여 환경이 신체에 가하는 부담 자체를 줄였습니다. 추위에서는 불과 의복, 주거가 체온 유지 비용을 낮추었고, 건조한 환경에서는 물의 탐색과 저장 기술이 생존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인간은 이처럼 환경과 신체 사이에 기술과 문화라는 매개층을 형성함으로써 자신의 생태적 적소를 확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 의복, 주거, 저장된 물과 음식 같은 문화적 산물도 인간의 정동적 적소를 구성하는 중요한 대상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불은 단순한 연소 현상이 아니라 따뜻함과 음식, 빛과 포식자로부터의 안전을 예측하게 하는 환경적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따라서 적합한 기후만을 찾아 이동하는 데서 더 나아가, 자신이 머무는 환경을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능력이 생태적 유연성을 확대하는 하나의 기반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인간의 정동적 적소를 구성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타인과의 관계입니다. 인류는 거친 환경에서 협력과 자원 공유를 통해 개인이 감당해야 할 생존 비용을 서로 연결하여 사회적 협력망을 구축했습니다. 함께 식량을 저장하고 주거지를 짓는 공동체는 개인이 감당해야 할 기후의 위협을 분산시킵니다. 타인의 존재와 사회적 지원은 개인의 신체조절 부담을 낮추는 중요한 환경적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고도의 사회구조적 결속은 인류가 어떤 혹독한 기후 속에서도 문명을 건설하고 번영할 수 있게 만든 토대가 되었습니다.

결국 인간은 자연이 허용하는 좁은 기후 범위에 수동적으로 머무는 종으로 남지 않았습니다. 뇌는 환경이 신체에 가져올 비용과 이익을 끊임없이 예측했고, 인간은 그 예측에 따라 이동하고 협력하며 도구와 기술을 만들어 환경 자체를 변화시켰습니다. 불과 의복, 주거와 식량 저장, 물의 확보와 사회적 협력은 환경과 신체 사이에 새로운 완충층을 만들었습니다.

인간은 적소를 찾는 존재가 아니라 만드는 존재

따라서 인간의 생태적 유연성은 뇌 하나의 산물이라기보다 뇌와 몸, 문화와 환경이 서로를 변화시킨 오랜 피드백 과정의 결과로 이해하는 편이 타당합니다. 정동적 적소는 이 과정에서 외부 세계의 무엇이 위험하고 무엇이 유익한지를 신체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행동의 방향을 조절하는 하나의 연결고리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약 7만 년 전부터 아프리카 안에서 확대되기 시작한 인간의 생태적 적소는 이러한 능력이 축적되어 나타난 결과였을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적합한 환경만을 찾아가는 동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고, 그렇게 바뀐 환경 속에서 다시 자신의 뇌와 문화와 삶의 방식을 바꾸어 왔습니다.

어쩌면 인류의 특별한 생태적 유연성은 바로 이러한 순환에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기후 적소를 따라 이동했지만, 동시에 자신이 살아갈 새로운 적소를 끊임없이 만들어 온 종이었습니다.

결론 – 기후변화와 인간 사회의 미래

이렇게 보면 지금까지 살펴봤던 위 다섯 편의 논문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큰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첫 번째 논문은 인류 문명이 오랫동안 의존해 온 기후 조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두 번째 논문은 기후변화가 계속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조건을 벗어나게 되는지를 정량화하였습니다.

세 번째 논문은 이러한 위험을 보다 정교한 통계기법으로 재평가하여 고온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면서도 위험 규모를 보다 신중하게 추정하였습니다.

네 번째 논문은 인간의 취약성은 기후뿐 아니라 기술과 사회적 적응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개념의 한계를 지적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섯 번째 논문은 인류의 적응 능력 자체가 진화 과정에서 확장되어 왔음을 보여 주며, 기후 적소의 문제를 인류 진화의 긴 시간축 속으로 확장했습니다.

현생인류는 약 7만 년 전부터 아프리카 내부에서 숲과 건조지대처럼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태적 유연성을 키웠고, 이러한 적소의 확장이 이후 아프리카 밖으로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정동적 적소라는 관점을 더하면, 인간의 생태적 유연성은 단순히 환경을 견디는 능력의 증가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뇌는 환경이 신체에 가져올 비용과 이익을 예측하고 정동적 가치를 부여하며, 인간은 그 예측에 따라 이동하고 협력하고 도구와 기술을 만들어 환경 자체를 변화시켜 왔습니다. 따라서 인류의 기후 적소 확장은 뇌와 몸, 기술과 문화, 사회적 협력과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 낸 장기적인 적응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다섯 편의 연구가 함께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인간은 자연의 제약을 끊임없이 넘어온 존재이지만, 자연으로부터 독립한 존재는 아닙니다. 우리는 불과 의복, 주거와 농업, 도시와 냉난방 기술을 통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의 범위를 넓혀 왔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적응에는 언제나 시간과 에너지, 기술과 사회적 자원이 필요했습니다.

기후변화가 심각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지구의 평균기온이 몇 도 상승한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인류의 농업과 도시, 경제와 문화가 수천 년 동안 자리 잡아 온 기후의 무대가 지금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다른 생물은 가능한 한 자신에게 적합한 기후 조건을 따라 이동합니다. 인간 역시 근본적으로 그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은 이동하는 것만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기술과 문화, 제도와 협력을 통해 자신이 살아갈 환경을 변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태적 적소 자체를 넓혀 왔습니다.

그러나 한라산의 구상나무가 기온 상승을 피해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다가 마침내 정상에 이르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듯, 인간에게도 적응의 경계가 존재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인간의 경계는 산 정상처럼 완전히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지식과 기술, 문화와 사회적 협력을 통해 그 경계를 계속 밀어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21세기 기후위기의 본질은 결국 두 속도의 경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인간이 만들어 낸 기후변화의 속도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 사회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는 속도입니다. 기후가 이동하는 속도보다 우리의 기술과 제도, 문화와 협력이 더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가. 앞으로 인류의 미래는 바로 이 질문에 달려 있습니다.(끝)


  1. G. 에블린 허친슨(G. Evelyn Hutchinson)은 적소를 “다차원적 공간”으로 정의합니다.
    위키피디아
    적소(niche)의 개념과 역사에 관한 참고 자료입니다. Ecological niche
    National Geographic: Niche
    A species’ niche is all of the environmental factors and interspecies relationships that influence the species. Niche
    ↩︎
  2. “아열대어종인 자리돔은 최근 독도 인근 바다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다. 2013년 독도 인근에서 557마리 발견됐고 2018년 7631마리, 2020년 6만7045마리까지 출현, 개체수가 10배 넘게 늘었다.” 제주 바다의 열대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자리돔은 자신의 기후 적소에 맞게 서식지를 옮기고 있습니다.
    제주의 소리
    제주 특산 어종인 자리돔이 독도까지 북상한 현상은 제주 바다의 수온 상승과 해수면 상승이 보여주는 기후위기의 생생한 징후이며, 이를 막기 위해 탄소배출을 줄여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독도로 간 자리돔, 고향 제주로 돌아와야 하는 이유
    ↩︎
  3.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연구진(Feng et al., 2026)은 Landsat 위성이 수집한 224,026개의 이미지를 기계 학습 수법으로 1985년부터 2020년까지 북방림 생태계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북방림은 면적이 증가하고 북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숲은 844,000㎢(12% 증가, 1985년 약 715만㎢ → 2020년 약 799만 ㎢) 확장되었고, 평균 위도는 0.29도 북쪽으로 이동했으며, 이러한 증가는 북위 64~68도 사이에 집중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새로 자라나는 숲이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린 북방림(최대 36년)은 약 1.1~5.9 페타그램(Pg C)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성숙할 경우 추가로 2.3~3.8 Pg C(톤으로 환산할 23억 ~ 38억 톤)를 흡수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NASA 랜드셋(Landsat) 영상 출판물
    NASA의 랜드샛 위성 관측은 지구온난화로 지난 40여 년 동안 북방 침엽수림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북방 침엽수림은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
  4. 기후 변화는 산꼭대기 종들을 “멸종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escalator to extinction)”라는 이름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PMC)-PMC6255192
    지구온난화가 생물의 서식지를 산 위로 밀어 올리면서, 정상에 이른 종들은 더 이상 이동할 곳이 없어 결국 사라질 위험에 놓입니다. 멸종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Escalator to Extinction)
    ↩︎
  5.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가 ‘제주도 자연자원 지리정보화 자료구축 사업’ 및 ‘구상나무 보존전략’을 자체 연구한 결과 20년간 한라산 구상나무 평균 고사율은 36.4%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3그루 가운데 1그루꼴이다.”
    한겨레
    제주도, 지리정보화 구축 결과 20년간 3그루 중 1그루꼴 고사
    한라산에 구상나무 54만그루 분포…정상 부분 고사율 높아 국내 최대 군락지 한라산 구상나무 36% 고사
    ↩︎
  6. 이 글은 인류의 기후 적소(Human Climate Niche)에 관한 아래 5편의 연구와 학술 논평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① Future of the Human Climate Niche (PNAS, 2020)
    이 논문은 인류가 지난 약 6,000년 동안 연평균기온 약 11~15℃의 좁은 기후 범위에 집중해 살아왔으며, 지구온난화로 향후 수십 년 동안 수십억 명이 이 역사적 기후 적소 밖으로 밀려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Future of the human climate niche

    ② Quantifying the Human Cost of Global Warming (Nature Sustainability,<br>2023)
    이 논문은 기후변화의 비용을 돈이 아니라 인간 기후 적소 밖에 놓이는 사람의 수로 계산하고, 이미 6억 명 이상이 적소 밖의 기후에 노출되었으며 온난화가 심해질수록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함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Quantifying the human cost of global warming

    ③ The Climate Niche of Homo sapiens (Climatic Change, 2024)
    이 논문은 인간이 강수량에는 매우 넓게 적응해 왔지만 고온에는 상대적으로 뚜렷한 한계가 있으며, 미래의 극심한 온난화가 수억 명을 전례 없는 고온 환경에 노출시킬 수 있지만 그 규모는 기존 인간 기후 적소 연구보다 훨씬 작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The climate niche of Homo Sapiens

    ④ There is no Human Climate Niche (One Earth, 2024)
    이 논문은 ‘인간 기후 적소’라는 개념이 기후결정론적이고 지나치게 기후 중심적인 전제에 의존하며, 인간의 기후 취약성을 만들어내는 사회·경제적 요인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There is no human climate niche

    ⑤ Major Expansion in the Human Niche Preceded Out of Africa Dispersal<br>(Nature, 2025)
    이 논문은 약 7만 년 전부터 호모 사피엔스가 숲에서 건조한 사막까지 다양한 환경으로 생태적 적소를 넓혔으며, 이러한 생태적 적응 능력의 확대가 약 5만 년 전 성공적인 아프리카 밖 확산에 선행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Major expansion in the human niche preceded out of Africa dispersal

    ↩︎
  7. RCP8.5(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 8.5)는 IPCC 제5차 평가보고서에서 사용된 매우 높은 온실가스 농도 경로로, 2100년경 복사강제력이 약 8.5W/m2에 이르는 상황을 가정합니다. SSP3(Shared Socioeconomic Pathway 3)는 지역 간 경쟁과 국제협력 약화, 낮은 경제성장 및 개발도상국의 높은 인구 증가를 특징으로 하는 사회경제 시나리오입니다. RCP는 온실가스 농도와 이에 따른 기후변화의 경로를, SSP는 인구·경제·기술·사회구조 등 미래 사회경제적 조건의 변화를 나타냅니다.
    Carbon Brief
    이 글은 기후변화와 토지 이용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토지 황폐화·사막화·식량안보 문제를 악화시키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토지 관리가 기후변화 대응책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와 토지에 관한 IPCC 특별보고서 심층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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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이 장은 엑서터 대학(Exeter University)의 기사 “Limiting global warming to 1.5°C would save billions from dangerously hot climate”를 참조하였습니다.
    University of Exeter News(May 22, 2023 Alex Morrison)
    이 글은 지구온난화를 1.5℃로 제한하면 2.7℃ 상승 시나리오에 비해 위험한 고온에 노출되는 인구를 크게 줄일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1.5°C로 제한하면 수십억 명을 위험한 고온에서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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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여기서 약 1.2°C의 온난화는 특정 연도의 기온 상승폭이 아니라, 논문 작성 당시인 2020년대 초의 장기적인 지구온난화 수준을 가리킵니다. 기준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기온입니다. 한편 최근 3년의 전 지구 연평균기온 편차(산업화 이전 대비)는 2023년 1.45±0.12°C, 2024년 1.55± 0.13°C, 2025년 1.44± 0.13°C로, 3년을 단순평균하면 약 1.48°C입니다. 최근 3년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3년이었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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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7°C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2081~2100년 지구 평균기온 상승에 대한 IPCC의 SSP2-4.5 시나리오 최적 추정치입니다.
    SSP2-4.5는 2100년경 복사강제력이 대략 4.5W/m2 수준에 이르는 경로를 가리키며, 여기서 복사강제력은 이산화탄소($\mathrm{CO_2}$ ), 메탄($\mathrm{CH_4}$), 아산화질소($\mathrm{N_2O}$) 등 온실가스의 온난화 효과와 에어로졸·오존·토지이용 변화 등의 영향을 종합한 순효과입니다,
    이 온난화 수준은 단순화한 지구 에너지수지식 $N=F-\lambda\Delta T$를 통해 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N$은 지구 시스템에 축적되는 순에너지, 즉 지구 에너지 불균형(Earth energy imbalance), $F$는 유효복사강제력, $\lambda$는 기후 피드백 매개변수, $\Delta T$는 지구의 지표면 평균기온 상승입니다.
    IPCC AR6가 평가한 산업화 이전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로 증가했을 때의 복사강제력은 약 $3.93,\mathrm{W/m^2}$이며, 이때 평형기후민감도(ECS)의 최적 추정치는 약 $3.0^\circ\mathrm{C}$입니다. 이를 이용하면 기후 피드백 매개변수는 $\lambda\simeq\frac{3.93}{3.0}\simeq1.31,\mathrm{W/m^2/K}$로 근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ECS 약 $3.0^\circ\mathrm{C}$에 대한 구체적인 산출 과정은 기후의 과학 ④ 기후 민감도(ECS)」를 참조하십시오.
    $2100$년경 복사강제력을 $F\simeq4.5,\mathrm{W/m^2}$, 이때에도 해양을 중심으로 지구 시스템에 계속 축적되는 에너지 불균형을 $N\simeq1.0,\mathrm{W/m^2}$라고 가정하면, 에너지수지식 $N=F-\lambda\Delta T$를 $\Delta T$에 대해 정리하여 $\Delta T=\frac{F-N}{\lambda}$를 얻습니다. 여기에 위 값을 대입하면 $\Delta T=\frac{4.5-1.0}{1.31}\simeq2.67^\circ\mathrm{C}\approx2.7^\circ\mathrm{C}$가 됩니다.
    이를 에너지의 흐름으로 다시 쓰면 $4.5\simeq1.0+(1.31\times2.67),\mathrm{W/m^2}$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즉 약 $4.5,\mathrm{W/m^2}$의 복사강제력 가운데 약 $3.5,\mathrm{W/m^2}$는 지표온도 상승에 따른 복사 반응으로 상쇄되고, 나머지 약 $1.0,\mathrm{W/m^2}$는 아직 지구 시스템에 축적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에너지 불균형이 남는 주된 이유는 해양의 큰 열용량 때문입니다. 바다는 증가한 열에너지의 대부분을 흡수하면서 대기와 지표의 온도 상승을 지연시키므로, 복사강제력이 증가하더라도 지표온도는 즉시 새로운 평형온도에 도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2100$년에도 $N>0$인 과도적 상태가 지속되며, $2.7^\circ\mathrm{C}$는 완전한 평형온난화가 아니라 해양 열 흡수에 따른 수십 년에서 수세기 규모의 시간 지연이 반영된 세기말의 과도적 온난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위 계산은 $F=4.5,\mathrm{W/m^2}$, $N=1.0,\mathrm{W/m^2}$, $\lambda\simeq1.31,\mathrm{W/m^2/K}$를 사용하여 $2.7^\circ\mathrm{C}$의 물리적 의미를 설명한 단순화된 지구 에너지수지 근사이며, IPCC가 $2.7^\circ\mathrm{C}$를 직접 산출한 공식은 아닙니다. 실제 IPCC의 전망치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온실가스와 에어로졸의 복사강제력, 해양 열 흡수, 각종 기후 피드백 등을 포함한 여러 기후모델의 결과와 관측 제약을 종합하여 산출합니다.
    IPCC AR6 WG1 Chapter 7
    이 보고서는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의 에너지 균형이 깨지고, 복사강제력과 다양한 기후 피드백이 지구의 온난화 정도를 결정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에너지 수지, 기후 피드백과 기후 민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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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생명의 진화 연대는 현대 진화생물학과 고생물학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내용입니다. 최초의 생명체는 약 38억 년 전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되며, 캄브리아기 동물의 다양화(약 5억 4천만 년 전), 식물의 육상 진출 (약 4억 7천만 년 전), 육기어류의 육상 진출(약 3억 7천만 년 전)은 화석과 분자계통학 연구를 통해 확립되어 있습니다. ↩︎
  12. “인간의 뇌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물체와 사태가 신체 예산에 영향을 미칠지를 끊임없이 예측하면서 정동을 변화시킨다. 이런 물체와 사태가 모두 모여 정동적 적소(affective niche)를 형성한다.” (리사 펠드먼 배럿,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최호영 옮김, 생각연구소, 2017), 15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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